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입덧할때면 생각났던...

차가운 바람이 몸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이맘때 가장 어울리는 먹을거리가 붕어빵과 오뎅이 아닐까! 두류동으로 시집온 지 10년, 첫째아이를 임신했을 때도, 둘째아이를 가져 입덧을 했을 때도 늦은 저녁이면 출출한 뱃속을 풍요롭게 했던 것이 붕어빵과 오뎅이었다. 여러 곳에서 붕어빵과 오뎅을 먹어보았지만 집 근처 포장마차의 붕어빵은 맛으로 보나 인물로 보나 그야말로 모델감이다. 텁수룩한 파마머리에 감탄사를 자아내는 붕어빵을 구워내시던 아주머니는 오랜 투병생활로 거동을 못하시는 아저씨 대신 붕어빵과 오뎅으로 가계를 꾸려가고 계셨다.

붕어배가 통통하도록 넣은 팥앙금과 바삭바삭하게 모양새 있게 구워내시는 아주머니의 붕어빵을 손님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었다. 붕어빵과 더불어 모락모락 연기를 내면서 큰 게와 대파가 어우러져 시원한 국물과 함께 먹는 오뎅은 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곤 했었다. 딸딸거리는 잔돈으로도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던 친구 같던 아주머니가 이사 가심으로 붕어빵과 오뎅은 사라졌지만 언제나 그곳을 지나칠 때면 나는 붕어빵과 오뎅 내음을 떠올린다.

두류동의 명물이었던 아주머니표 붕어빵. 아주머니! 어디에 계시더라도 붕어빵의 대가이심을 잊지 마시고 많은 사람들에게 모델감 붕어빵을 맛볼 수 있는 영광을 주시길 바랄게요.

한은향(대구시 달서구 두류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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