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아내는/모로 누워 잠을 잔다/웅크려 잠든/아내의 잠은 혼곤하다/잠든 아내와 함께/아내의 피로도/함께 누워 쉬고 있다…."-장철문 '아내의 잠' 중에서.
잠든 아내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은 아내의 뒷모습에서 울컥 눈물이 솟은 적이 있는가.
이 책은 아내에 관한 시들을 모아놓은 시선집이다. 사랑한다, 한 단어로 압축하기엔 너무나 미묘하고도 복잡한, 하지만 조금은 쓸쓸한 감정들이 뒤엉킨 아내에게 바치는 시들이다.
그래서일까. 이 시집엔 '사랑'이란 말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내의 브래지어를 빨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한 남자만을 위해/처지는 가슴 일으켜세우고자 애썼을/아내 생각하자니 왈칵,/눈물이 쏟아져나왔다/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박영희 '아내의 브래지어' 중에서.
시인들은 한 두편씩 빠뜨리지 않고 아내에 대한 시를 써왔다. 그 시에는 흔들리는 자신을 또다시 보듬어주는 시인의 아내로, 일상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로 나타난다. 긴 세월을 함께 살아준 아내에게 직접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어려울 때 선물하기 좋은 책. 시마다 엮은이의 짤막한 단상도 첨부됐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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