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 외동 딸 아들 키우기

몇 년 전 중국 안휘성의 시골 초등학교 교실에서 대낮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발단은 채왕이라는 외동아들의 버릇없는 행동 때문이었다.

그날 채왕은 수업시간에 공부는 하지 않고 이웃에 있는 아이와 장난을 치다가 심심했는지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를 본 담임교사가 여러 번 노래를 그만하고 공부를 하라고 타일렀으나 채왕은 안하무인으로 계속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화가 난 교사는 지휘봉으로 채왕을 몇 대 때렸다. 채왕은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 집에 가서 부모에게 울면서 내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 화가 난 그의 아버지는 농사 지을 때 쓰는 농기구를 들고 학교로 달려가 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를 마구 때려 땅에 쓰러뜨려 놓고 집으로 가버렸다.

교사는 뇌진탕으로 숨이 끊어져 경찰이 왔을 때는 아무 변명도 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교육자와 교육심리학자들이 외동아들의 성격형성 문제를 연구했다. 그 결과 채왕과 같은 정신병을 '421병'이라고 명명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병의 원인은 친조부모와 외조부모 넷과 부모 둘이 아이 하나를 지나치게 과보호해 그 아이를 예의도 모르고 어리광이나 부리는 무능력자, 무절제한 인간, 사물을 판단할 줄 모르는 바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어도 자립정신이 없어 남이 시키는 대로 하거나 어떤 일도 스스로 할 줄을 몰라 가족을 괴롭히고 낭비벽이 심하며 도박에 빠지게 되어 경제력이 없어 남의 도움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회의 기생충 같은 존재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동 딸 아들일수록 잘잘못을 분명히 알도록 착한 일을 하면 칭찬을 하고 잘못하면 벌을 주거나 호되게 꾸짖어 질서의식을 깊이 심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대개의 어른들은 외동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하고 지나치게 사랑한다는 티를 내어 아이를 버릇없이 방임했다가 나중에 가서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것을 가끔 보게 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귀여운 자식에게 매 한 대 더 때리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 외동 딸 아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공교롭게도 내 두 딸이 똑같이 아들 하나씩을 낳고 단산을 한 것 같아 겉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가 늘 궁금하다.

가끔 내 집에 와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버릇없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음식을 가려서 먹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쓰인다. 내가 이 나이가 되어도 비교적 건강한 까닭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첫째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아무것이나 골고루 먹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보리 섞인 잡곡밥과 나물을 즐겨먹으니 보약이 필요 없다. 그 둘째는 하루에 10㎞ 정도를 걷는다. 차를 탈 생각을 않고 걸어다니면서 볼 일을 보는 것을 습관처럼 생각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만나면 걷기를 권고한다.

외동 딸 아들에게 좋은 옷과 값비싼 옷을 입히지 말고 남이 입던 옷을 얻어서 입히라고 권하고 싶다. 값비싼 옷만 입히면 무의식중에 사치와 낭비에 무감각하게 되어 결국은 그 버릇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고 경제적 파산자가 되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자식은 부모를 닮아간다. 부모가 사치하면 자식도 사치하게 되고 부모가 절약하면 자식도 절약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 세상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마을에서나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서로 어울려 살려면 어릴 때부터 외톨이로 키우지 말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남을 사랑하는 법도 가르쳐야 하지만, 자기 자신도 사랑하는 법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뜻을 분명히 가르쳐서 훌륭한 인간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정재호(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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