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당 2곳 성공적 경영 50대 정화섭씨 "인생 2모작 남의 일 아니죠"

"인생 2모작 시대, 당신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IMF 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짐에 따라 인생 2모작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40, 50대에 하나의 커리어를 매듭지은 후 다시 20~30년의 새로운 인생을 모색해야 하는 인생 2모작이 대다수 사람들의 다급한 문제로 떠오른 것. 실제로 40대의 72.1%가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고, 이직이나 창업 같은 계획을 세웠다는 40대도 34.6%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10여 년의 직장생활을 거쳐 식당 2곳을 경영하는 한 50대와 인생 2모작 성공을 위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IMF 실직자에서 식당 경영자로의 변신'.

올해로 지천명(知天命)을 맞은 정화섭(50) 씨.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정 씨의 삶은 격랑의 연속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잃고 식당 2곳을 경영하는 사장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 한쪽이 아파오지요. 잘 다니던 직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으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1986년 대구리스에 입사한 정 씨는 4천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며 마음 편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그의 인생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다른 곳은 없어질지 몰라도 내 직장은 괜찮겠지."라며 철석같이 믿던 대구리스가 문을 닫으면서 실직자가 됐다. 운전직이던 정 씨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전직이나 창업에 대한 준비도 전혀 없었다. "직장이 문을 닫아 출근할 곳이 없어지니 정말로 암담하더군요. 마흔이 넘어 직장을 다시 구하기도 어려웠고 창업할 생각이나 준비도 안 된 상태였지요."

마흔한 살의 나이에 부인과 1남1녀를 거느린 가장인 정 씨는 창업으로 인생 2모작에 나섰다. 대구에 만두 등을 파는 분식점을 열었다. 부인이 만두 빚는 기술을 미리 배워둬 가게를 여는 데 도움이 됐다. "차는 잘 몰았지만 오토바이는 운전할 줄을 몰랐어요. 배달하기도 힘들고 장사 경험도 없어 처음엔 고생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창업자들이 처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 씨의 분식점은 다행스럽게도 장사가 잘 됐다. 만두 등 음식 맛이 좋다는 평판을 받았고 배달을 전문으로 한 게 주효했다. 하지만 5년 후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건물 주인이 바뀌었고, 새 주인이 임대료를 크게 올려 장사를 더 이상 하기 힘들게 됐다. 분식점을 해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고 판단, 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2002년 정 씨는 대구 효목동에 메기 매운탕 식당을 열었다. 2005년에는 동구 중대동에 오리식당도 열었다. 영역을 넓힌 데는 분식점을 하면서 쌓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 오리식당은 조류독감 여파로 잠시 휴업하고 있다. 매운탕 가게는 초기엔 장사가 잘됐으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지금은 손님이 다소 줄었다. 한 달 전부터는 돼지, 오리, 소고기 등을 같이 파는 식당으로 메뉴를 다양화했다.

"외형적으로는 자리를 잡은 것 같지만 아직까지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지요. 식당 등 자영업은 외부 요인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항상 마음을 놓지 말고, 노력해야 합니다."

정 씨는 "식당을 하면서 사람 관리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식당을 하려는 분들은 상권을 잘 살펴 목이 좋은 곳을 찾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그는 "식당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분야에서 창업하기보단 경쟁이 없거나 덜한 분야를 택해 창업하는 게 인생 2모작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블루오션'론을 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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