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인게임장 '과잉단속' 논란 이유는?

경찰의 사행성 게임장 단속이 논란을 빚고 있다. 경찰이 지난 12일부터 사행성 게임장 근절을 위한 집중 교차단속에 나선 가운데 '건전 영업'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게임업소들이 "경찰의 '묻지마식', '마구잡이식' 단속 때문에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 업자와 경찰 간 '사행성' 기준이 달라 '과잉 단속'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속반은 신 저승사자(?)=게임장 업주들에게 경찰은 이미 '저승사자'가 됐다. 북구 한 성인오락실에서 만난 관리자 김모(32) 씨는 "경찰이 '오락실 문을 닫을 때까지 단속을 계속할 것' 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며 "인근 지구대에서 하루 1, 2번씩 들이닥쳐 손님 신분증을 확인하는 바람에 단골까지 끊기는 등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업소 업주들은 경찰의 '묻지마 마녀사냥(?)'이 도를 넘어섰다고 하소연했다. 사행성 여부와 관계없이 무차별 입건하는 경우가 많고, 게임기 하드디스크를 압수당해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 북구 칠곡에서 게임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35) 씨는 "개업 두달 만에 단속을 당했는데 사행성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며 "등급위의 심의까지 받은 S기계는 칩을 개·변조할 수 없는 일체형인데도 사행성에 걸린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잉단속 논란 왜 빚어지나=게임업소 관계자들은 예시기능 뒤 수십 만~수백만 원이 '보장'되는 '메모리 연타'는 사행성이지만 '운좋게' 상품권을 딸 수 있는 '랜덤형 연타'는 사행성 게임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시간 당 9만 원을 투입해 같은 금액을 벌 수 있는 게임물은 중독성, 사행성도 전혀 없어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것.

북구 한 게임업소 업주는 "바다이야기, 오션 파라다이스, 황금성 등 일부 게임기는 '한탕'이 보장되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되지만 S게임기는 지난해 영상물등급위의 심의를 통과했는데다 당첨 금액도 최고 2만 점 밖에 되지 않는다."며 "지난 단속 때 2시간 동안 18만 원을 넣은 손님이 10만 원을 따자 '연타'라며 행정처분 대상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과잉단속'이 아니고 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화관광부는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의 사행성 간주 게임물을 ▷1회 베팅 시간이 4초 미만 ▷1시간 당 9만 원 이상 투입 ▷잭팟누적점수·최고당첨액·경품누적점수 등이 경품한도액(5천 원)을 초과하는 게임물로 규정하고 있다.

◆명확한 단속기준 없나=경찰은 '사행성 게임'을 '불특정 다수인의 금전을 모아 승자에게 이익, 패자에게는 손실을 주는 게임'으로 보고 문화관광부의 게임산업진흥법에 위반되는 게임장을 모두 단속할 계획이다. 이 법 제 28조에는 '게임물을 이용해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둘 경우',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할 경우' 단속대상이 된다고 명시돼 있다. 법 해석에 따라 단속 기준이 달라지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바다이야기와는 달리 최근에 성업 중인 게임기는 예시, 연타 등 사행성 조장 여부를 7, 8시간 이상 지켜봐야 알아낼 수 있을 정도여서 인력과 시간이 많이 모자라는 형편"이라며 "단속 규정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하드디스크 등 증거물을 임의 제출받는 형식으로 압수하고 있고 단속 기준은 법령을 위반하는 모든 사항"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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