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이길은
까까머리 철부지 시절에
어머니 눈물자락
나루터에 묻어두고
대처로 유학 가던길
강어귀의 갯버들
봄바람에 실눈 감추고
암산 너머 산뻐꾸기
헤픈 울음에 겨웠다.
나룻배에 몸을 싣고
산그늘을 넘어갈 때
만선의 소달구지 하나
굴 속을 스치고 있었다.
여울목 갈대 숲에
가을동화가 무르익을 때
낡은 도포자락에 스민
아버지의 헛기침도 저물고
내 귀밑머리 어느덧
암산처럼 희끗해진 오늘
저만치 썰매타는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가 살갑다.
언 강물 위에 눈이 쌓이고
여윈 가지에 맴도는
겨울바람 눈부신데
등성이에 어린 노을이 서럽다.
예나 지금이나
길은, 강물은 굽이돌아 흐르고
오늘도
암산 절벽 위 측백나무만
푸릇하다.
글 조향래(문화부장)
그림 박병구(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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