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산하] ⑤안동 암산 유원지

옛날에 이길은

까까머리 철부지 시절에

어머니 눈물자락

나루터에 묻어두고

대처로 유학 가던길

강어귀의 갯버들

봄바람에 실눈 감추고

암산 너머 산뻐꾸기

헤픈 울음에 겨웠다.

나룻배에 몸을 싣고

산그늘을 넘어갈 때

만선의 소달구지 하나

굴 속을 스치고 있었다.

여울목 갈대 숲에

가을동화가 무르익을 때

낡은 도포자락에 스민

아버지의 헛기침도 저물고

내 귀밑머리 어느덧

암산처럼 희끗해진 오늘

저만치 썰매타는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가 살갑다.

언 강물 위에 눈이 쌓이고

여윈 가지에 맴도는

겨울바람 눈부신데

등성이에 어린 노을이 서럽다.

예나 지금이나

길은, 강물은 굽이돌아 흐르고

오늘도

암산 절벽 위 측백나무만

푸릇하다.

글 조향래(문화부장)

그림 박병구(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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