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지존(至尊) 다툼인가?, 일시적 견해 차이인가?'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1년 가까이 머리를 맞대왔던 두 은행 '차세대 전산시스템' 통합 협상이 완전 결렬됐다.
최근 은행의 IT투자비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두 은행의 전산시스템 통합작업은 '은행간 협력을 통한 경비의 획기적 절감'이라는 새 모델을 낳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결국 신(新) 모델 실현이 무산됐고, 그 '뒷배경'을 놓고 설(說)이 무성하다.
대구은행은 두 은행간 차세대 전산 시스템 공동개발 협상이 지난해말 무산돼 올해부터 독자적 개발에 들어갈 방침이다.
대구은행 측은 "지난해말 협상에서 부산은행 측이 '더 이상 협상이 어려울 것 같다'는 통보를 해와 협상이 전면 중단됐고, 이로써 부산은행과의 차세대 전산 시스템 공동 개발 협상은 끝났다."며 "또다른 은행과의 공동개발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단 독자 개발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외부 컨설팅을 실시,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각자 개발할 경우, 각 은행이 580억 원 가량을 투입해야하지만 공동 개발하면 각 은행의 개발비부담이 450억 원 선(컨설팅 업체 추정)으로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이를 공동개발하는 협상을 해왔었다.
일본의 경우, 후쿠오카은행과 히로시마은행이 IT통합을 통해 비용 절감을 가져온 사례가 있어 두 은행은 이를 벤치마킹, 전산시스템을 통합하는 협상을 벌여왔다. 후쿠오카 은행과 히로시마 은행은 IT통합을 통해 IT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큰 효과를 누렸었다.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직접 일본을 방문해 IT통합 사례를 조사해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은행 측은 부산은행 측의 협상 중단 통보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이어온 협상인데다 IT통합을 통한 효과도 큰데, 굳이 이를 중단시킬만한 명분이 있었느냐는 것.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사실 대구은행은 부산은행 측으로부터 뚜렷한 협상 중단 이유를 받지 못했다."며 "마지막 협상에서 '(통합했을 때)위험이 크고, 협의내용이 너무 많다'는 등의 통보만 들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은행 내부에서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느냐'는 말도 많다. 과거 부산은행에 밀렸던 대구은행이 부산은행의 주가를 크게 앞지르는 등 '위치가 달라지자' 부산은행이 대구은행과의 협력에 대해 부담스러워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적지 않은 것.
특히 대구은행은 최근 부산·경남지역에 대한 공략에 나서면서 남진(南進)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도 천명, 향후 부산은행과의 '영업시장' 충돌도 빚어질 상황이다. 대구은행은 올해 울산에 영업점을 추가로 내고, 부산지역 공단내에도 영업점을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부산은행 측은 "전산통합 협상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협상이 중단됐을 뿐이며,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부산은행 측은 또 "두 은행이 현재 함께하고 있는 백업센터 공동운영 등은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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