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된서리 맞은 부동산…주말 모델하우스 풍경

14일 오후 대구 시내 A 모델하우스. 지난해 상반기 분양한 미분양 잔여분을 팔고 있는 이곳에는 주말이지만 하루 종일 정적만 흘렀다.

모델하우스에 나와있던 시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계약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는데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계약이 완전히 중단됐고 문의 전화도 끊어졌다."며 "주말 동안 방문객이 고작 5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목에까지 숨이 찼는데 숨통을 끊어놓은 것과 같다."며 "'8.31'이나 '3.30' 대책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며 지방 부동산 시장은 이제 몇 달 가지 못할 것"이라고 허탈해 했다.

인근에 있는 또다른 모델하우스는 분위기가 조금 더 심각한 상황.

모델하우스 문을 연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아직 계약률이 30%를 밑돌고 있는 탓이다.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부터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있지만 대안이 없다."며 "당장 월요일부터 어렵게 잡아놓은 사전 예약자들이 빠져나갈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1,11'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대구 지역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신규 분양과 분양권 시장은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기존 매매 시장도 계약 중단 사태를 빚고 있다.

시공사와 시행사들은 연일 머리를 맞대고 '대책 회의'를 열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

지역 모 건설사 임원은 "대출 규제도 심각하지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이 내릴 것이란 공언을 하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매수세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지난 주말 모든 모델하우스들이 정적에 휩싸였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임원은 "대구는 지난해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업체들이 이미 분양한 단지의 분양가 인하 경쟁을 벌이는 상황인데 더 이상 꺼질 거품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상반기 분양을 앞둔 업체들은 더욱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3월 분양을 앞두고 있는 한 시행사 대표는 "이런 분위기에서 분양이 가능하겠느냐."며 "'1.11' 발표는 지방 시행사나 시공사들에게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같다."고 한숨 지었다.

부동산 업소에도 '된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

수성구 범어동 B공인중개사 소장은 "정부 발표 이후 그나마 있던 상담 전화도 끊어지고 매도 문의 전화만 가끔 걸려오고 있다."며 "주말 잡혀 있던 계약이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경북 지사장은 "겨울 방학 이사철이지만 매수세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당분간 전·월세를 빼고는 매매 계약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입주 물량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극약 처방을 내린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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