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헬로우 경제) 보드게임 활용하기

우리나라에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아직은 정착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라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막상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문화는 턱없이 부족하다. 요즘처럼 방학 기간이라면 가정마다 여유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말마다 시외로 여행을 가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다 먹기 중심, 놀기 중심의 여행은 만족감도 그다지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체험학습이 많이 생겨서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도 가뭄에 콩 나듯 할 뿐 매번 가족 모두가 참여하거나 아이들을 보내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인 고민은 하루 한두 시간 동안 가족이 함께 모여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설이나 추석 때 하는 민속놀이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가족의 놀이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여유 시간에 TV 앞에만 모여 있기 십상이다. 이럴 때 보드 게임에 한 번 빠져 보면 어떨까.

외국의 경우 가족 단위 놀이문화가 우리보다 많이 발전해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가족끼리 함께하는 보드게임이 상당히 일반화돼 있다. 우리 정서로 보드게임은 아이들이 하는 놀이라는 관념이 있고,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될 때 무척 조잡하고 교육적인 요소가 부족한 게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요즘 나오는 보드게임은 놀이적 요소뿐만이 아니라 교육적 요소도 많이 첨가돼 있다. 각종 교육기관의 교육용 교구재로도 적잖은 역할을 한다.

보드게임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사회를 미리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의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해서 우리 가정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면 좋을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시중에 나와 있는 보드게임은 특히 경제교육의 좋은 교구재가 될 수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게임,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것과 외국에서 수입된 것 등 다양하게 나와 있으므로 가정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보드게임을 고를 땐 가족이 함께 나가 선택하는 것이 좋다. 게임의 종류와 방식 등을 충분히 살펴본 뒤 가족에게 가장 맞고 재미있을 게임을 구입하면 된다. 그리고 가족의 공동 여유시간을 정해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보드게임을 할 때는 너무 게임의 규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가족의 특성에 맞게 새로운 규칙을 정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온라인 보드게임을 권할 수도 있지만 온라인 게임은 혼자서 하는 것이라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가족이 함께하는 보드게임은 가정의 놀이문화를 만드는 효과뿐만 아니라 게임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와 판단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신의 판단을 부모와 함께하거나 비교하는 과정은 성장기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경제교육과 관련된 보드게임의 경우 처음은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아이들은 의외로 빨리 빠져드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실물경제 속에서 개인의 판단이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자주 접한다.

보드게임은 교육적 효과뿐만 아니라 가족 사이의 동질감을 높여주는 의미도 크다. 보드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특별히 어떤 주제를 찾지 않아도 쉽게 하나가 되는 경험이 쌓이는 것이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보드게임의 장점이다. 게임의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즐길 수 있다면 충분하다. 게임이 끝난 뒤에 반드시 아이들과 함께 토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 보드게임 활용 tip

1.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선택하자=시중에 많은 종류의 게임이 나와 있다. 부모님의 입장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게임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다.

2. 보드게임의 방법을 좀 더 특색 있게 바꾸어보자=보드게임은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도록 게임의 방법이 보편화돼 있는 게 사실이다. 온라인 게임보다 경우의 수가 적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재미를 잃을 수 있다. 가족이 함께 고민해서 게임의 방법을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보는 것이 좋다.

3. 보드게임 기록장을 만들자=보드게임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므로 게임을 하고 나서 내가 선택한 부분이 옳은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기록장을 만들어서 가족이 함께 토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김준혁(경제교육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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