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제자에게 쓴 마지막 편지

교사라면 누구나 학생을 만난다. 만나는 방법은 모든 교사가 다르다. 다른 교사들처럼 나 역시 특이한 방법으로 학생을 만난다. 어떤 해는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한다. 그러나 실패와 성공의 기준은 없다. 학생의 행동변화는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는 5개의 철학을 가지고 학생들을 20년 가까지 만나왔다. 첫째는 상담철학으로 '모든 자연의 이치는 정규분포곡선을 이룬다'. 즉, 신(神)은 학생에게 한 가지 특기는 주었다. 그 특기가 무엇이며 미래에 성공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둘째는 담임철학으로 '학교성적, 가정환경, 외모, 성격 등으로 편견을 갖지 않는다'. 셋째는 교육철학으로 '칭찬을 먹고 자란 학생은 일생 동안 가슴에 존경하는 스승을 가질 수 있다'. 넷째는 행복철학으로 '남을 배려해서 감동을 주는 행동을 계속하면 최후의 인생은 1등이 되고 먹고 사는 것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다섯째는 선비철학으로 '보리밥으로 입을 달래고 시래기 국으로 창자를 채우는 이에게는 얼음처럼 맑고 옥(玉)처럼 순백한 사람이 많지만, 비단옷 입고 기름진 고기 먹는 자는 굽실거리는 종노릇을 달게 여긴다. 지조란 청렴결백하면 뚜렷해지고 절개란 부귀를 탐내면 잃게 되는 법이다'. 우리 고유의 선비철학은 '무소유'다.

며칠 전 앞으로 판사로서,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로 국가에 봉사할 제자 미연이가 온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마지막이 될 편지를 썼다. '미연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나무는 큰나무 밑에서 자라지 못하지만 사람은 큰사람 밑에서 자란다. 너도 이제 큰사람이니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첫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항상 웃음과 진심으로 모든 사람을 대하여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길 바란다. 그런 뜻에서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다. 첫째, 앞으로 공직에 나가거든 부정한 돈을 평생 동안 받지 말고 월급으로 인생을 살아라. 둘째, 위로는 하늘을 보고 아래는 땅을 보아 한점 부끄럼 없는 양심적인 행동을 하고 판단하길 바란다. 셋째, 결혼은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지 말고 따르고 온 가족과 미연이의 건강에 신경 쓰길 바란다. 이것을 평생 동안 지키면서 살다가 미연이 나이 60살이 넘거든 너희 가족 모두 내가 죽어서 묻혀 있는 묘지를 찾아서 "선생님! 미연이가 선생님 시킨 대로 살다가 이제 왔습니다." 하면서 술 한잔 따라주길 바란다.'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를 손에 쥐어주며 사회로 나서는 제자에게 나는 마지막 격려를 했다. 미연이는 나와 먼 훗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인물이 되어 묘지에서 술 한잔으로 다시 만나겠다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나는 너무 기뻐서 잠시 울었다….

이원수(경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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