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승완의 창의적 실전논술)독창적 시각의 재미있는 글 쓰자

재미있는 글은 산더미처럼 쌓인 답안 채점에 지칠 대로 지친 채점자의 기분을 전환시키는 활력소가 된다. 상투적이고 뻔한 답안을 처리하던 채점자가 재미있는 답안을 대하게 되면 당연히 높은 점수를 주게 될 것이다.

대부분 무거운 주제인 논술시험에서 재미있게 답안을 쓸 수 없다는 고정관념은 버리자. 참신한 아이디어와 비유를 통해 자신의 논술 답안을 얼마든지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화려한 배경지식을 나열한다고 논술에서 고득점을 받는 건 아니다. 자신의 시각, 즉 독자적인 관점을 개성 있게 전개해 본다면 재미있는 글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 된다. 재미있는 글이란 남의 생각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풀어 뽐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특정 주제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하고 이를 글로 정리하는 사고력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특히 대입 논술고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주제일수록 독창적인 시각과 관점을 지닌 답안이 필요하다. 이 독창적 시각이 생명력을 지니고 채점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재미있는 글이 될 것이다. 또한 재미있는 글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는 글은 절로 끝까지 읽게 되고 채점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외모가 곧 경쟁력인 세상이다. 젊은 남성들은 취업을 위해 성형외과를 찾고 딸의 고교 졸업 선물 중 인기 상품이 쌍꺼풀 수술이다. 여성들의 40% 이상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여기며 무리한 다이어트로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있다. 이러한 현 사회의 세태는 외모를 중시하는 '얼짱문화'까지 낳고 있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 현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논술하시오.

'얼짱문화'나 외모 지상주의는 대학 논술고사에서 자주 출제되는 단골 메뉴다. 따라서 모방하거나 일상적인 답안이 나올 공산이 크다. 답안을 작성하면서 인간의 성과 신체마저도 상품화하는 소비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다. 끊임없이 상품의 가치를 창조하여 수요를 만들어야 하는 소비자본주의가 대중매체를 통해 일정한 미의식을 유포, 유행시키는 구조를 분석해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개는 개성을 가질 수 없다.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외모 지상주의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상의 나래를 펴자. 무한한 상상력이야말로 재미난 글을 쓸 수 있는 출발점이다.

㉮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동화 '백설공주'에서도 외모는 이야기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이야기는 외모에 목숨을 건 한 계모의 질투심과 파멸을 그리고 있다. 계모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계모는 질투심으로 백설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여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계모의 질투심에 불을 지른 건 자신보다 백설공주가 더 예쁘다고 일러바친 요술 거울이다. 그럼 요술거울은 계모에게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가?

㉯ 요술거울은 백설공주가 계모보다 더 예쁜 이유에 대해 객관적 기준과 통계, 또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백설공주가 더 예쁘다는 결과만 공표해 버리고, 그것은 곧 진실이 되어버린다. 읽는 사람들은 백설공주가 무슨 근거로 계모보다 더 예쁜지를 생각할 겨를 없이 요술거울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요술거울은 잘 생겼나 또는 못 생겼나를 획일적이고 일방적으로 구분짓는 흑백 논리라고 할 수 있다.

㉰ 현 사회의 외모지상주의 역시 '백설공주'의 요술거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쁘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은 능력 있어 보이고 경제력도 괜찮을 것 같고 심성도 착할 것 같다는 착각에 많은 사람이 빠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모지상주의에 도취된 많은 사람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큰 오류는 외모를 외모로만 판단하지 않는데 있다. 한 사람의 인간적 자질을 평가하는데 외모를 아주 중요한 기준으로 꼽는 데 문제가 있다. 동화 '백설공주'의 요술 거울이 특정 기준과 근거 제시 없이 백설공주가 예쁘다고 말하기만 하면 계모가 그대로 믿은 것처럼 현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 역시 어떤 사람이 잘 생겼다고 판단되면 그 사람의 외모를 능력의 범주까지 포함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심지어 잘 생긴 사람은 능력까지도 높은 것처럼 판단하고 이러한 잘못된 인식들이 기업체의 신입사원 면접시험에까지 적용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오죽 했으면 남성들까지 취업을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일까지 벌어지겠는가. 문제는 기업체 채용시험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훌륭한 외모는 장래가 유망하고 능력 있는 배우자를 만나 안락한 인생을 보장받는 보증수표로 인식되고 있기까지 하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예쁘면 모든 것이 다 통한다"는 '얼짱문화'가 낳은 백설공주의 요술거울인 셈이다. '얼짱문화'에 빠진 이들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외모지상주의를 맹신하는 '요술거울'의 판정에 따라 인간을 평가한다. 이처럼 왜곡된 외모 지상주의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린다면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생을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것처럼 오도될 수도 있다.

㉱ 거울을 깨자. 극단적인 외모 지상주의 편견을 고치기 위해서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백설공주의 요술 거울을 깨야 한다. 그 거울을 깨뜨리고 갇혔던 관념의 틀에서 빠져나와 자유로운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요술거울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외모뿐 아니라 인성과 개성을 포함한 다양하고 종합적인 요소들이 인간의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논술 TIP

㉮는 외모지상주의의 관점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동화 '백설공주'를 인용한 부분이다. 백설공주가 자신을 구한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지만 외모지상주의와 관련한 시각에서 동화를 질투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았다. 누구나 다 아는 줄거리이기 때문에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줄거리 설명은 생략했다. 채점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백설공주를 등장시켜 외모지상주의와 연결한 시도가 좋은 점수를 얻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는 백설공주의 요술거울이 가지는 문제점을 외모 지상주의와 대비시키기 위해 의미를 규정해 보았다. 요술거울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미의 기준을 비판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맹목적인 외모 지상주의의 문제점을 추론하도록 했다.

㉰는 현대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가 백설공주의 요술거울과 함께 가질 수 있는 비판적 요소를 공통적으로 묶어 설명한 부분이다. 극단적 외모 지상주의가 결국 백설공주의 요술거울처럼 맹점이 있다는 논리로 발전시켜 채점자에게 동의를 얻어내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에서 '거울을 깨자'는 결론은 의도적으로 상징적 표현을 썼다.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자는 의미이지만 요술거울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던 만큼 '거울을 깨자'는 표현을 통해 신선한 주장을 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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