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문활용 논술공부)NIE 강사들의 이야기

"창의력·논리력 향상, 신문이 최고의 교재"

지난 12일 오전 대구 효목도서관. 15명의 초등 3, 4학년생들이 미리 준비해 온 '내가 뽑은 오늘의 뉴스'를 들고 강사와 한창 토론중이었다. 학생들은 마치 요리를 맛보듯 신문기사를 꼼꼼히 '품평'했다. 왜 이 기사를 골랐는지, 요점은 무엇인지, 지적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기사 하나를 가지고 생선에 뼈를 발라내듯 분해했다. 효목도서관 측이 지난 10일부터 매주 두 차례 열고 있는 ''NIE와 통합논술' 강좌의 모습. 강사 노성연 씨는 "고학년생들은 신문기사를 읽고 800자 정도 글쓰기를 하면서 논술의 틀을 연습하기도 한다."면서 "학교, 학원에서도 신문이 훌륭한 학습자료로 활용되고 있고 공공도서관, 문화센터에도 NIE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겨울방학, 신문과 놀자

윤경희(37·여·대구 신암동) 씨의 경우 초등학교 2학년생, 6살 짜리 아이와 신문을 갖고 공부한지 꼭 4개월이 됐다. 지난해 9월 독서지도에 대한 강의를 듣다 NIE를 알게 된 그는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윤 씨가 아이들과 신문을 펴게 된 계기는 의외로 소박했다. 동화속이 아니라 이웃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기사들을 많이 읽혀 착한 심성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는 것. "0.8평 아파트에 사는 어린 남매들의 기사를 읽은 큰 애가 곧바로 일기장을 펴더군요. 딴에는 안타깝기도 하고 자신이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었나봐요."

아이디어를 내면 낼수록 신문은 기발한 학습자료로 계속 '진화'했다. 신문기사에 나오는 사진을 오려 '스토리텔링' 자료로 썼다. 사진만 보고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게 한 다음, 기사를 보여주는 식이다. 심심풀이인줄로만 알았던 '퍼즐 맞추기'도 어휘를 익히는 데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됐다. 윤 씨는 "작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운 글자라며 기사 제목을 유심히 보더라."고 놀라워했다. 좋아하는 캐릭터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띠별 운세에 나오는 동물의 얼굴만 오려 몸통을 직접 그려보기도 한다. 수영선수 박태환을 좋아하는 막내는 스포츠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됐다. 어머니 역시 신문을 읽으면서 만물박사가 된 것은 물론이다. "전에는 컴퓨터나 TV를 끄면 아이들이 무엇을 할지 몰랐어요. 신문은 아이들의 창의력, 논리력 발달에 최고의 교재인 것 같습니다."

▲NIE, 어떤 효과있나?

NIE는 이미 교육현장에서 주요한 교육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7차 교육과정으로 넘어오면서 학교 수업이 교과서 위주에서 활동중심으로 바뀌고 수업방법이 다양해진 배경도 있다. 최근 논술이 부각되면서 사설학원에서도 앞다퉈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2000년에 초등교사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NIE 연구회'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구회의 인터넷 카페 'NIE 사랑(cafe.daum.net/NIEsalang)'에 등록한 회원 수만 1천200여 명이다. 게시판에는 신문을 활용한 수업지도안, 학생들이 만들어 올린 NIE 자료들이 가득하다. 박두선 연구회 부회장(동일초교 교사)은 "신문을 활용하면 내용 흡수가 빠르다."며 "기사뿐 아니라 사진, 광고 등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고 했다.

신문을 읽으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한국신문협회가 최근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사적인 것을 학교 수업에 연관시킬 수 있다.', '일방적인 설명보다 효과적이다', '상식이 많아진다', '다양한 간접 경험을 갖는다', '토론주제를 정하기 좋다' 등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황금애 동성초교 교사는 "신문은 국어, 사회만이 아니라 전 과목에 활용이 가능하고 구성력이나 사고력, 창의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정문성 경인교대 교수는 "신문은 따로 가공하지 않아도 학교 수업이나 가정교육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최근 논술의 경우처럼 신문이 모든 교과, 모든 영역에 다양하게 접목될 수 있는데도 너무 한가지에만 치중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신문, 이렇게 읽어보세요

신문을 활용해 공부하려면 가장 먼저 읽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사를 제대로 읽어야 다양한 학습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①'사실을 찾으며 읽어라'. 기사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6하 원칙을 충족시키는 사실로 구성된다. 이런 정보를 찾으며 읽으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②'추론하며 읽어라'. 기사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정리된 내용을 모아 결론을 추론한다. ③'중심생각을 찾으며 읽어라'. 기사에서 기자의 의도를 찾으며 읽는다면 읽는 재미를 더 할 수 있다. ④'원인과 결과를 찾으며 읽어라'. 기사 중에는 사건을 다루는 내용이 많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찾으며 읽으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⑤'비교하며 읽어라'. 동일한 사건을 다룬 다른 신문의 기사와 비교해 읽으면 글의 내용을 더 잘 알 수 있다. ⑥'모르는 용어는 익히며 읽어라'. 기사에는 새로운 정보가 많으므로 새롭게 알게 된 용어들을 모아 정리하면 더 정확하고 바르게 읽을 수 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NIE란? Newspaper In Education. 우리말로는 '신문활용교육'으로 풀이된다. 1930년대 미국 뉴욕타임스가 청소년 문자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처음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1994년부터 한국신문편집인협회 건의에 따라 교사 대상 NIE연수를 하면서 등장했다. '살아있는 교과서'인 신문에 매일 실리는 다양한 정보들을 활용, 유익하고 실용적인 학습을 하자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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