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상을 바꾼 창의성) 문화모방요소 밈과 창의성 교육

인류의 역사는 문화의 역사다. 인류는 문화 발전을 통해 번창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화의 발전은 밈(Meme,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 혹은 복제 가능한 문화요소)을 전달하고 모방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류는 문화의 핵심 요소인 밈을 전달하고 모방함으로써 그 발전을 가속화시켜 온 것이다.

밈은 일종의 살아 움직이는 문화 바이러스이다. 패션, 노래, 사상, 건축 양식, 가치 등 인간의 생활 전반에서 예를 들 수 있는 밈은 수평적 혹은 수직적으로 전파되거나 전달되는 모방의 대상이다. 수평적 전파는 청소 용구로서 한 주부가 고안한 스팀 청소기가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관심을 받게 되거나, 식품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의 김치나 비빔밥이 세계적인 웰빙 식품으로 사랑받게 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수직적 전달의 예로는 의복과 주거, 예절 방식에서 한복이나 온돌 난방, 인사법 등이 오랜 세대를 거쳐서도 여전히 사랑받거나 통용되는 것을 들 수 있다.

밈은 전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처럼 진화도 이끌어내는데 이 과정은 창의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밈이 진화되는 것은 가치가 있는 기존의 밈이 모방을 통해 새로운 것으로 변이된다는 뜻이다. 수직적 혹은 수평적으로 전달된 밈은 사회 환경에 적합하게 모방되면서 진화되는데 이때 사회 구성원의 창의성을 요구하게 된다. 스팀 청소기가 스팀에다 진공 방식을 합친 제품으로 출하되거나, 일본이 우리 김치를 받아들여 자국 국민의 기호에 맞게 담그고, 온돌 난방이 구들장에서 금속관으로 바뀌는 등 밈은 필요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창의적으로 모방되고 진화되는 것이다.

밈의 진화는 수평적 모방과 수직적 모방이 상호 교호적일 때 그 효과가 가장 크다. 수평적으로 이 세상의 모든 관련 정보와 수직적으로 수천 년 이어온 정보가 교호할 때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혁신에도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밈을 탄생시킴으로써 문화를 발전시켜 나간다.

그렇다면 이러한 밈을 창의성 교육을 하는 입장에선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밈이 모방과 진화의 대상이라면 창의성 교육에서는 핵심적인 지식으로 활용해야 한다. 밈이라는 개념 자체에서 구조를 포함하므로 이미 특정 영역에서 구조화된 지식이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창의성 교육은 그 방향을 정립함에 있어 창의성 요소나 기법 등을 연구해 왔지만 실제로 중요한 내용상의 소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왔다. 하드웨어적 접근은 진일보했지만 소프트웨어적 접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그리하여 학생들은 창의력을 발휘할 동기나 테크닉을 갖추고 있어도 그 바탕이 되는 핵심 지식을 접하지 못해 공상의 날개만 펴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지식이 폭증하고 있다. 즉, 기존의 밈에 대한 전달과 모방 활동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그 결과로 새로운 밈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들을 학생들에게 전부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필요로 할 때 관련된 정보들을 구조화시켜 주는 것은 교사들의 의무이다. 현 시기는 하드웨어로 무장한 학생들이 지식을 충분히 습득한 후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길 기다릴 때가 아니다.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바라는 밈을 찾아 시공간을 초월하여 여행하고 집단 모방 활동을 통해 창의력 발현에 동참할 때라 본다.

이양조(대구영선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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