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어머니는 돌아보지만

얘야, 지난번에 수천 번을 불렀는데도 한 번도 끝까지 못 부른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 있었지. 왜 '비 내리는 고모령'이라는 노래가 있었잖아.

그 고모령이 사실은 우리 대구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단다. 동촌 유원지 망우당 공원에서 인터불고 호텔 뒤편으로 가면 고모역으로 넘어가는 자그마한 언덕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고모령이란다.

고모령은 '돌아볼 고(顧)', '어미 모(母)', '고개 령(嶺)'이라고 해. 이렇게 불리게 된 데에는 두어 가지 전설이 있단다.

고모령 아랫마을에 어미와 함께 가난하게 사는 두 남매가 있었대.

어느 날 탁발을 나온 스님이 남매를 보고 혀를 찼지.

"쯧쯧, 전생에 남을 위해 쌓은 덕이 부족하니 배고픔을 면할 수 없도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우선 이곳에 사람들이 의지해서 살 수 있도록 봉우리를 쌓고 나무를 심도록 하라."

그리하여 세 식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며칠 동안 계속 산을 쌓았지. 며칠 뒤에 산의 높이를 비교해 보았더니 치맛자락으로 흙을 옮겨서 쌓은 어미와 여동생의 산이 높았고 오빠가 쌓은 산이 가장 낮았대.

이것을 본 오빠는 화가 나서 그만 여동생이 쌓은 산을 발로 뭉개어 버렸단다. 그러자 여동생도 화가 나서 오빠가 쌓은 봉우리를 할퀴려들었고…….

그러자 남매가 시기하고 다투는 것에 실망한 어미는 그만 고개를 넘으며 고갯마루에서 집을 돌아다보았지. 그때 어미가 돌아보았다 하여 고모라는 지명이 생겼다는구나.

그래서 지금도 이곳에 형봉(兄峰), 매봉(妹峰), 모봉(母峰)이라고 불리는 봉우리가 있는데 누이 봉우리인 매봉의 봉우리가 밋밋한 것은 그때 오빠가 심술을 부린 때문이라는 구나.

또 다른 전설도 있어.

이곳에 금슬 좋은 부부가 나이 드신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대. 마침 홀어머니가 병석에 눕게 되자 부부는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어머니는 차도가 없더래.

어느 날 그 부부의 집을 지나가던 한 스님이 아이를 삶아서 어머님에게 드리면 병이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지.

효성이 지극한 부부는 자기의 아이를 삶아서 부모님을 구하기로 작정하고, 놀러갔다가 집으로 들어오는 아이를 가마솥에 집어넣어 끓이고 말았대.

아이를 가마솥에 넣은 부부는 눈물을 흘리며 불을 지피고 있는데, 깜짝 놀랄 일이 생겼지.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분명 가마솥에 넣어서 끓이고 있는데 아이가 바깥에서 놀다가 들어온다며 집으로 들어온 것이었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부부는 솥을 열어보았지.

'어?'

솥 안에는 아이 대신 커다란 산삼이 누워 있더래.

솥 안에 넣었던 아이는 부부의 효심에 탄복한 하늘이 보낸 천년 묵은 산삼이었지. 아이 모습을 한 동삼(童參)이 가마솥에 넣어지기 전에 어머니를 흘끗 돌아본데서 이 고모(顧母)라는 지명이 생겼다는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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