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생 자녀 교육기) 내 아이 이렇게 키웠다②

◆스킨십과 아버지의 역할

부모와의 스킨십은 지능과 정서에 중요하다. 특히 손발바닥의 자극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엄마의 공헌도는 여기서 접어두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언급하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아버지의 자식사랑이 많이 절제돼 왔지만 오늘날에는 그 양상이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영재학교 인터넷카페를 3년째 운영했는데 입학 전부터 참여율이 높고, 또 다양한 학부모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는 점이 독특했다. 비록 보이는 곳은 아니어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양한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들은 아이들과 운동을 같이 하고, 과학 관련 책을 구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직접 악기도 가르치는 등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고 노력한다는 점도 있지만 함께하려는 노력이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태어나서부터 아버지와 스킨십이 무척 많았고, 없는 시간을 할애해 다양한 곳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데 보냈다. 꼭 먼 곳이 아니어도 잠자리를 잡고, 물놀이를 하며, 함께 끝말잇기를 한다든지, 이동하는 동안 곳곳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버지와 자녀들 간에는 때로 엄마가 끼어들지 않고 그들만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도 가끔 필요하다.

◆생활 속의 학습

우리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개구쟁이'로 불릴 정도로 기발한 놀이를 많이 했다. 병아리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궁금해 계란을 깔아 바지에 흠뻑 묻히기도 하고, 눈이 오는 이유를 알기 위해 밀가루 한 포대를 베란다 곳곳에 뿌려놓기도 했다. 집안에는 늘 다양한 동물이 있었고, 그들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는 경험도 많이 했다. 식물에 물을 주는 일도 아이의 몫이었다.

수를 익히거나 10단위 100단위 이상을 터득한 것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며 익혔다. 1에서 9까지 익힌 뒤 10이라는 숫자가 1과 0의 조합임을 알고는 그 다음 숫자를 익혀나갔다. 한참이나 수를 입으로 세어 익히더니 몇 시간이고 억이란 수를 셀 때까지 반복하곤 했다. 남의 집에 놀러 가도 아파트가 몇 층인지부터 확인했다. 가게에 물건을 사는 것,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것도 공부가 됐다.

◆선생님과의 관계

선생님은 아이의 영재성을 발견하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리 큰아이의 경우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께서 성악을 권유했고, 영어 선생님께서는 노벨상을 받을 작가가 되라고 유학을 권유하였고, 역사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강의를 시키기도 했다. 국어 선생님은 교육청에 내야 할 자료에 아이를 투입해 많은 작업을 같이 했다.

큰아이가 철학과에 간 이유는 이렇듯 하고 싶은 학문이 너무 많아 학문의 기초인 철학을 해야 그 욕구가 충족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루는 큰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선생님은 개성이 많은 학생을 망치로 두들겨 고르게 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장점을 깨우쳐주는 선생님도 있지만 천편일률적이거나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강요받을 때 아이는 무척 힘이 든다고 얘기했다.

작은 아이도 유리그릇 같은 민감한 아이라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아이의 표정이 달라지고 얼굴 표정과 신경질적인 반응이 장기적으로 나오는 것도 보았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선생님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부모보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더 많으니 부모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이의 영재성을 발견해야 하는 선생님의 사명은 더욱 커졌다고 본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수하다고 인정하는 선생님보다 '유별나다'거나 오히려 저능아, 문제아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학생을 다루어야 하는 현실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선생님이 어떤 꿈과 희망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 주셨으면 좋겠다.

▶글을 쓴 원하숙 씨의 아들 신은석 군은 한국과학영재학교를 1기로 졸업했습니다. 원 씨는 아홉 명의 영재학교 엄마들과 함께 '나는 아이를 이렇게 키웠다'라는 자녀교육 체험서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기 원고를 기다립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느낀 마음, 어려웠던 부분, 소중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전자우편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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