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옥포농협 신교지점서 '대낮 총기강도'

15일 오전 11시 50분쯤 대구 달성군 옥포면 옥포농협 신교지점에 총기류를 든 2인조 복면 강도가 침입, 440만 원을 털어 달아났다. 경찰은 범인들의 신원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직원들이 인상 착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데다 범인들이 워낙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해 사건 해결에 애를 먹고 있다.

◆범행, 어떻게 이뤄졌나

농협 옆 문을 통해 들어온 범인 2명은 각자 들고 있던 총으로 천장을 향해 각각 1발씩을 발사한 뒤 창구 여직원에게 검은색 가방을 던지며 "비상벨을 누르지 말고 돈을 담으라."고 요구했다. 이어 여직원 백모(38) 씨가 가방에 담아 준 현금 440만 원을 들고 각자 정문과 옆 문으로 빠져나가 미리 대기해 둔 은색 액센트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당시 농협 내에는 남녀 직원 4명과 여자 손님 2명 등 6명이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들이 침입부터 도주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8초. 이들을 뒤쫓아나간 남자 직원 이모 씨가 야구방망이로 차량 뒷창문을 때려 부쉈지만 도주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범인들은 2분만에 사건 발생 장소에서 1.6km 가량 떨어진 화원읍 옥포면 모 아파트에 승용차를 버린 뒤 미리 준비한 은색 승합차로 갈아타고 대구 방면으로 달아났다. 이들이 버리고 간 차량은 지난 14일 오후 6시쯤 대구 달서구 송현동에서 도난당한 차량으로 밝혀졌다.

◆장난감에 속았나

사건 발생 당시, 범인들은 각각 총기 1정을 들고 있었고 천장을 향해 1발씩을 발사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천장에서는 탄흔이나 총알 구멍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총이 일반 공기총보다 훨씬 짧은 40cm 안팎이고 ▷공기총이나 군에서 사용하는 총기류인 K-1이나 K-2, M-16 등 과도 많이 달랐던 점 ▷현장에 있던 농협 직원들이 "총부리를 들이댈 때 총구가 보이지 않았고 불꽃이 튀었다."고 말한 점 등과 폐쇄회로를 분석한 결과 사제화약총으로 추정하고 있다.

◆왜 이곳을 택했나

범행이 발생한 옥포농협 신교지점은 단위농협인 옥포농협 4개 지점 가운데 옥포농협 전체 여신 규모의 2/3가 될 정도로 가장 거래 규모가 큰 곳. 농협 관계자는 "하루 고객이 많게는 200여 명에 이르고 금융 거래 보다는 유류 배달과 농자재, 농약, 비료 공급 등 경제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농협 주 금고에는 9천여만 원이 보관돼 있었고, 창구 금고와 서랍에는 940여만 원이 있었다.

또한 이곳은 화원IC와 국도 5호선과 가깝고 거미줄처럼 이어진 농로를 따라 이동하면 쉽게 달아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실제 범인들은 사설경비업체와 경찰이 6~8분 사이에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농로를 따라 다른 범행 차량을 세워둔 인근 아파트까지 달아난 뒤였으며 경찰이 도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재빨랐다.

◆경찰 수사는=경찰은 범인들이 농로를 잘 알고 범행 전날 차량을 훔친 점, 도주 차량을 미리 대기시켜 놓은 점 등으로 미뤄 일대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거나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지점 내에 설치돼 있던 CCTV를 분석하는 한편 목격자들의 말에 따라 짧게 자른 머리에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키 170~175㎝에 20대 중반 남자 2명의 신원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3점과 도난 차량 안의 지문 2점, 타액 1점을 채취해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으며 현금인출기 사용도중 차량을 도난당한 차주가 목격한 인상착의를 중심으로 몽타주를 작성해 배포키로 했다.

배윤식 달성경찰서 수사과장은 "범행 도주에 사용된 스타렉스 밴이 흔하지 않다는 점에 착안, 달성군을 중심으로 이를 소유하고 있는 일대 차주에 대해 조사중"이라며 "또 전국에 동종의 도난차량을 수배하고 고속도로 톨게이트 통과차량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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