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 평 규모의 현대중공업(현중) 포항공장 투자는 무산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현중은 후속조치로 1단계로 조성한 3만여 평의 블록공장 옆에 10만 평 공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파격적이라 할 만큼의 저렴한 부지 제공을 조건으로 하고 있어 사실상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어렵다, 힘들다, 실기했다"
15일 오전 8시 30분 현중 울산 본사를 찾아가는 포항대표단은 약간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어느 정도 사전 물밑 접촉이 있었고 들려온 중간보고도 괜찮았던 것이다.
그러나 울산에 도착해 현중 관계자들로부터 브리핑 받는 순간, 대표단의 얼굴엔 긴장감이 나돌았다. 브리핑 내용은 포항에 100%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전문인력 부족' '이직률 높음' '전문인력 채용시 울산보다 1인당 136만 원 추가비용 발생' '도로 협소로 야간운송 불가피' '블록 제작단가 울산업체 대비 65% 높음' '주민 민원 발생' '포항지역건설노조가 대규모 신규 사업장을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
특히 민계식 현중 부회장은 "기업은 유리한 데로 가는 거다. 국내에 공단이 많다. 다른 곳은 어떻게 유치하는지 한번 봐라."고 말했다. 이어 "2단계 포항 투자는 포항시가 실기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조건이 맞는다면 포항에 10만 평의 블록공장 추가증설 계획이 있다고 했다.
최길선 사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포항지역) 시민단체들이 현대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 부치고 있는데 일방적 아닌가? 해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상관할 바도 아니고, 불매운동하는데 (현대중공업은) 국내에 팔 것도 없다. 모든 것은 경제적인 것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포항시 책임 논란 커질 듯
울산에 동행한 한 인사는 "같은 사안을 놓고 포항시와 현중의 생각 차가 크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한 하루였다. 한쪽은 영어로 말하고 한쪽은 한글로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한 시의원은 "지금까지 포항시는 거의 무상으로 공단부지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는 안을 보고하지도 않았다."면서 "이러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시의원도 "그동안 포항시민들이 이 부분에 매달린 노력과 시가 쏟아 넣은 예산을 생각하면 속이 터진다."며 의회에서 분명히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했다.
◆동상이몽 울산 방문 결과
돌아오는 버스에서 이날 울산 방문 결과를 보는 생각은 여전히 각양각색이었다. 몇몇 인사는 시민들에게 내놓을 보도자료 내용을 언급하면서 "양측 간 긴밀한 논의가 있었고, 앞으로 부지 가격 등이 타결되면 현중 포항 진출은 희망적"이라는 안을 내놓았다. 또다른 측은 "시민들에게 그대로 알리자. 어려운 것을 오늘 확인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박문하 시의장은 서울 정치권으로부터 방금 전해들은 이야기라며 "(현중 실질적 오너인) 정몽준 의원이 포항에 매우 유리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했다. 논란만 거듭하다 또 몇 년을 끌 것 같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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