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갑 넘긴 만학도 이판연씨 "배움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40년 만에 두차례 검정고시 치러

"노인이나 아이들에게 무료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요."

환갑을 넘겨 다음달 계명대 중국학과를 졸업하는 이판연(62·여) 씨는 벌써 졸업 이후 계획짜기에 바쁘다.

40여 년 만에 두 차례의 검정고시를 거쳐 '배우지 못한 설움'을 이겨낸 만큼 배운 것을 사회봉사에 적극 활용하고픈 생각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간에 학업을 중단했던 이 씨는 지난 2001년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2002년 계명대 어문학부 수시모집에 당당히 합격했고, 이제 4년 평점 3.0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 씨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의 대접을 싫어해 교수들에게 나이 밝히기를 꺼려 했고, 02학번 동기들에게는 '아줌마'란 호칭 대신 '큰 누님' '큰 언니'로 통하며 세대를 넘어 어울렸다. 대충대충 수업하고 적당히 점수받는다는 평을 안 받기 위해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밤샘공부를 하기 일쑤였다. 결국 3학년을 마친 뒤에는 몸이 아파 1년가량 쉬어야만 했다. 이 씨는 "미리 공부해둔 것을 자꾸 까먹는 바람에 시험을 앞두고 2~3일 동안 '벼락치기'를 하느라 몸살을 앓기도 했다."고 했다.

동기들보다 한문 실력이 낫다고 판단해 2학년 때 중국학과를 택한 이 씨는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 어원대학교에서 6개월 동안 연수를 받았다. 이 씨는 "북한 교수를 비롯해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독일 등 각국 유학생들 30여 명이 모인 반에서 '반장'을 맡았다. 중국에서 홀로 시장을 보거나 명승지를 돌아다녀도 지장이 없을 만큼 어학 실력도 늘었다."고 했다.

이 씨는 부전공으로 문예창작학과 26학점도 이수했다. 이 씨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워드프로세서나 인터넷 교양과목 점수가 낮아 평점을 까먹은 게 속상했다."고 아쉬워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대학 예비졸업생 이 씨에게서 만학도의 뜨거운 열정이 엿보였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