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 인사이드)잘 나가는 '히딩크의 아이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14일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골과 첫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순간, 아스톤 빌라의 윌프레드 보우마는 고개를 떨궜다. 박지성의 측면 드리블에 이은 어시스트로 두번째 실점을 내줄때 보우마는 박지성의 페인트 동작에 속아 돌파를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전반전이 끝난 뒤 보우마는 교체되고 말았다.

박지성과 보우마는 PSV에인트호벤 시절 팀 동료로 에인트호벤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 아래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들은 2004-2005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리그 우승, 컵대회 우승과 함께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의 주역이 됐다. 보우마는 당시 스피드는 뛰어나지 않으나 뛰어난 위치 선정과 대인 방어 능력으로 강력한 중앙 수비를 펼쳤고 박지성은 뛰어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측면 공격수로 빛을 발했다.

박지성과 보우마 뿐만 아니라 당시 PSV에인트호벤의 거침없는 전진을 이끌었던 '히딩크의 아이들'은 이후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득점왕 마테야 케즈만과 놀라운 윙어 아르연 로번은 첼시로, 마크 반 봄멜은 FC바르셀로나로, 요한 포겔은 AC밀란으로, 이영표는 토튼햄 핫스퍼로 가는 등 줄줄이 빅 리그의 명문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케즈만이 첼시에 적응하는 데 실패, 이후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거쳐 터키의 페네르바체로 옮겼고 봄멜은 바르셀로나에서 바이에른 뮌헨으로, 포겔은 AC밀란에서 스페인의 레알 베티스로 이동했으며 베네고어 헤셀링크는 한 시즌을 더 있다가 스코틀랜드의 명문 셀틱 글래스고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PSV에인트호벤은 아약스 암스테르담, 페예노르트와 함께 네덜란드의 3대 명문 팀으로 2000년대 들어 가장 앞서가고 있다. 네덜란드 명문 팀들은 유망주들을 육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빅 리그의 클럽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팔아 '선수 장사'로 이익을 챙기기도 하는데 에인트호벤은 그같은 수익 면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히딩크 감독과 '히딩크 키드'들이 대거 팀을 떠난 후에도 PSV에인트호벤은 올 시즌 2위 아약스를 승점 11점 차로 여유있게 앞서며 선두를 달리는 등 여전히 네덜란드 리그의 정상을 지키고 있다. 로날드 쿠만 감독이 히딩크 감독 시절부터 있던 공격수 파르판, 노장 미드필더 필립 코쿠, 수비수 알렉스, 골키퍼 고메즈 등과 네덜란드에 복귀한 스트라이커 파트리크 클루이베르트, 미하엘 라이지거 등을 이끌고 강력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박지성이 첫 득점한 경기를 전후해 히딩크 감독의 첼시 영입설이 불거져 나오는가 하면 PSV에인트호벤에선 중국 대표팀 수비수 순지하이를 영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이 잉글랜드 리그로 오더라도 자신은 맨유에 남을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올 시즌 들어 득점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박지성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의 움직임이 좋아 첫 득점을 신호탄으로 남은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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