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 새해 지역 여성가족 정책 과제

2007년은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이 마무리되는 해이다. 여성정책기본계획은 1995년 정부가 세계화추진과제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제정한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하여 여성정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1998년부터 5년 단위로 추진되어 오고 있다. 올 해는 제3차 계획(2008-2011)이 나올 예정이다.

여성정책기본계획은 보편적인 인권 정신에 기초해 미래지향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남녀평등에 대한 국가전략 및 목표 촉진'을 위한 사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성정책기본계획의 적극적 이행의 의무를 갖도록 강조하고 있다.

여성정책기본계획의 의미는 기존 여성정책의 내용이 주로 보호가 필요한 대상에 한정되는 특정 집단을 겨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여성 모두를 정책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에서 찾는다. 그리고 남녀평등실현을 위한 국가 청사진과 비전이 그 내용으로 제시되면서 차수를 거듭할수록 목표, 전략, 정책과제들이 체계화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여성정책은 국내 여성운동의 성과를 반영하기도 했지만 세계적인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수용하기 위해 숨 가쁘게 발전해오다보니 충분히 무르익지 못한 정책들이 남발되고 용어조차 이해가 어려워 갑론을박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성매매근절 의욕을 앞세워 오해 소지가 있는 사업을 추진하려다 해외언론에 부정적으로 보도돼 해체 논의에 말려든 사례도 있었고, 여성정책의 용어가 가진 난해성 때문에 생기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정책의 '성 주류화'는 난해한 여성정책 용어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특히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이 기본전략으로 성 주류화를 채택하고 있으며, 중앙과 지방 정부의 성 주류화 책무성도 명시하고 있음은 여성정책의 수립과 실행 사이의 갭을 예상하게 한다. 제2차 계획의 10대 핵심정책과제 1순위에 '정책에 양성평등관점 통합'을 제시하면서 성 주류화 전략의 이행 및 이를 위한 도구와 기술적 정비의 의지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중앙부처에서는 그렇다 치고 지방정부에서는 낯선 정책용어만큼이나 추진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핵심과제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형편이니, 정책실행은 기대난이다.

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을 숙지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다가 올해 그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계획에 대한 실행계획 수립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모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여성정책 수행에 대해 기대이상의 성과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리고 올 해 추진할 여성가족정책의 현안으로 보육과 여성 일자리 창출, 가족친화적 환경조성, 성매매특별법, 여성 단체와의 관계 설정 등을 제시했다. 다른 분야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여성정책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평가는 그렇다 치고, 현안에 대한 인식은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단지 지방정부에서는 현안 해결을 위한 기초 작업에서부터 할 일이 많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우리 지역에서는 조직개편 등을 통해 여성가족정책 추진을 위한 제반조건을 정비하고 있다. 지역의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원인을 고려하여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크게 보면 출산과 양육이 여성의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 여성의 경력단절을 극복할 수 있도록 능력개발을 지원하는 것 그리고 양성평등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등이다.

매일 새롭게 발표되는 여성가족정책들, 여성가족부 업무 및 예산의 확대 등 양적인 성장 앞에 사람들은 역차별까지 염려하고 있다. 더욱이 여성가족정책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난 일부 현상들을 두고 여성가족정책 무용론까지 제기한다. 이러한 소모적 논쟁의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여성가족정책을 통해 '남성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희망과 행복'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지방정부가 저출산·고령화로 야기될 문제를 염려하고 대책을 강구하고자 할 때, 이와 관련된 정부의 중장기 발전계획들부터 꼼꼼히 읽어보고 지역 현실에 맞는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치밀함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이다. 바야흐로 양성평등 의식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지역의 경쟁력이 좌우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이미원 대구경북연구원 양성평등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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