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남성이 대학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담배를 하루 2갑씩 피우는데다 목을 많이 쓰는 편이어서 목이 자주 잠기고 가끔 쉰 목소리가 난단다. 게다가 10년 전 성대에 폴립(물 주머니 같은 작은 혹)이 생겼는데, 지금은 어떤지 걱정이다. 후두 내시경 검사 결과, 폴립이 몇 군데 더 발견됐다. 의사는 지금의 목소리 상태를 봐선 당장 치료가 필요하진 않다고 한다.
쉰 목소리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사, 학원 강사, 목사 등 말을 많이 하는 직업에서 자주 나타난다. 성대가 자주 열렸다 닫혔다 하는 바람에 폴립이나 결절(성대를 덮는 점막 일부분이 두꺼워지는 것)이 생기기 때문이다.
◆성대가 목소리 좌우
목소리는 신체의 호흡기관 중 후두와 폐, 갈비뼈 및 가슴근육이 관여해 만들어진다. 후두 가운데 성대가 음성을 만드는 가장 핵심 부분이다. 성대에서 만들어지는 소리는 목, 입, 코를 통과하면서 변화와 공명을 일으켜 개개인의 특징적인 말소리가 된다. 좋은 목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점막과 근육으로 이루어진 양측 성대가 잘 접촉해 균일한 진동이 일어나야 한다. 이때 성대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거나 염증, 결절, 물혹이 생기거나 암이 발생하면 마찰 면적과 진동에 이상이 생겨 음성이 변하고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2주 이상 쉰 목소리, 진료 필요
목소리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짧은 시간 내에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음성이 갑자기 바뀌는 원인은 감기에 걸리거나, 스포츠 경기장 혹은 노래방에서 지나치게 소리를 질러 성대가 심한 마찰을 빚어 급성 후두염이 발생한 경우이다. 한 번 바뀐 음성이 회복되지 않는 원인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음성을 지나치게, 또는 부적절하게 사용해 성대에 작은 결절이나 폴립이 생긴 때문이다. 이런 경우 양쪽 성대의 마찰과 진동에 변화를 일으켜 음성이 바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후두암이나 성대 마비 같은 심각한 질환이 쉰 목소리의 원인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될 때는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진단과 치료
쉰 목소리 때문에 이비인후과에 가면 전문의는 먼저 음성 변화와 건강 상태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할 것이다. 그리고 상기도 및 후두와 성대를 관찰한다. 성대 및 후두의 진찰에는 작은 원형 거울, 또는 후두내시경이 쓰인다. 이 밖에 특수검사로서 음성분석기로 목소리의 음성학적, 공기역학적인 분석을 한다. 또 성대에 대한 직접 관찰이 끝나면 간혹 조직검사, 컴퓨터촬영과 같은 다음 단계의 검사를 하기도 한다.
쉰 목소리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초기의 목소리 변화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서 목을 쉬게 하거나 발성법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오래된 성대폴립, 성대결절, 성대마비, 후두암 등의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후두성대 수술은 입안을 통해 간단히 할 수 있으며,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기도 한다.
성대수술은 환자를 전신 마취해 둥글고 긴 원통형 기구를 환자의 후두에 넣어 성대를 노출시킨 뒤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서 정교한 기구나 레이저로 성대의 덩어리를 없애는 수술이다.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나 수술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고 대부분 다음날 퇴원할 수 있다. 수술 뒤에는 음성 관리가 중요하다. 수술 후 7일 동안은 꼭 필요한 말만 하고, 헛기침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예방은 이렇게
쉰 목소리를 예방하려면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성대가 촉촉하면 윤활작용을 하기 때문에 서로 부딪쳐도 무리가 생기지 않는다. 담배를 끊어야 한다. 흡연은 성대를 붓게 하는 원인이 된다. 노래방, 운동장 등에서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지 말아야 한다. 감기로 인해 기침이 심할 때는 바로 치료해야 한다. 목소리가 바뀔 때는 초기에 최대한 목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물을 자주, 많이 마시면 좋다. 집안이 건조하지 않도록 한다. 또 습관적인 헛기침을 삼가야 한다. 헛기침은 성대를 세게 부딪치게 해 자극을 준다. 자극성 음식, 커피, 술, 기름진 음식, 오렌지주스 등과 같은 음식을 피하는 것도 좋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도움말·김정규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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