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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클래식 음악의 '다빈치 코드'

미국 소설가 댄 브라운이 쓴 화제작 '다빈치 코드'가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속에 숨겨진 역사의 비밀을 파헤치는 줄거리를 가진 일종의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데, 스토리 전개에서 중세·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적 비화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해 더욱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이었다.

'다빈치 코드' 즉 소설 속에서 살인의 동기와 범인을 찾는 비밀의 열쇠를 의미했던 이 말은 우리 눈에 쉽게 띄진 않는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 새롭게 해석되는 것을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종영된 TV 드라마 '눈의 여왕'에서 주인공과 주인공의 죽은 친구가 가장 좋아했던 음악으로 드라마에서 가끔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던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이 나에겐 클래식 음악의 '다빈치 코드'같은 생각이 든다.

세계 최초의 바흐 전기 작가였던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 (Johann Nikolaus Forkel·1749-1818)에 의하면 작센 궁정에 러시아 대사로 있던 케이세를링크 백작이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음악을 작곡해줄 것을 바흐에게 부탁했다. 바흐는 따라서 자신의 제자였던 젊은 요한 고틀리브 골드베르그가 백작의 집에서 쳄발로를 연주할 수 있도록 곡을 써 주었다고 전한다.

이는 바흐의 건반악기를 위한 작품으로서는 거의 최후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백작의 부탁대로 '조용하고 오히려 기쁨에 넘치는' "주제-아리아(aria)"가 느린 3박자의 사라방드 리듬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 다음 3개씩 쌍을 이루는 다양한 대위법적 변주가 1도에서 9도까지의 카논(돌림노래)을 변주한 후 맨끝 3개의 변주는 전혀 다른 노래의 멜로디와 처음 주제가 혼합된 쿼드리베트 형식으로 30개의 변주를 완성하고 다시 한번 주제 아리아를 들려주는 구조이다. 32개의 크고 작은 노래가 약 70여 분간 지속되는 매우 장대한 작품이다.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처음엔 '무슨 음악이 이렇게 지루하고 계속 반복되기만 하는 걸까'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주의를 기울여 이 작품이 숨겨놓은 음악의 비밀을 찾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바흐의 위대함에 경탄을 금할 수 없게 된다. 비밀을 모르면 음악의 단순함에 놀라는 것이고, 숨겨진 비밀을 알고 나면 그 치밀함과 복잡함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영애(경북대·영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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