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세상] ③IP-TV, 세상을 바꾼다

1995년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모래시계'는 '귀가시계'라고도 불렸다. 평소 드라마를 잘 안보던 남성들도 안방극장으로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가시계'가 더이상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에 연결된 TV, 즉 IP-TV의 등장 때문이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아무 때나 시청할 수 있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하는 IP-TV는 '꿈의 뉴미디어'로 불린다.

# IP-TV의 등장, '귀가 시계'는 없다

IP-TV에서 IP는 Internet Protocol의 약자다. 종전의 지상파 방송이 송신탑에서 전파를 쏘아 안테나 또는 케이블TV 망을 통해 각 가정에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IP-TV는 초고속 인터넷 전송망을 통해 각종 콘텐츠가 제공되는 방식의 플랫폼이다. TV와 인터넷이 결합되었기 때문에 방송으로도 통신으로도 규정짓기 애매하다.

IP-TV의 특징이자 최대 장점은 원하는 프로그램을 아무 때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공중파 TV와 케이블TV의 경우 정해진 편성표에 따라 시청자들이 수동적으로 프로그램을 볼 수밖에 없지만 IP-TV에서는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스포츠, 연예, 오락 등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해 볼 수 있다. 채널은 이론적으로 1천 개까지 가능하다.

IP-TV의 또다른 특징은 양방향성이다.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입은 옷을 바로 주문할 수도 있고 TV를 통해 e메일 또는 메신저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며 화상통화, 주식거래·계좌 이체 등 금융업무를 볼 수도 있다.

IP-TV 시범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풍경을 보자. 주부 K씨는 동일시간대 방송이어서 놓친 드라마를 보면서 IP-TV를 통해 피자를 주문하기도 한다. 홈쇼핑 방송도 IP-TV를 통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제품을 써 본 소비자들의 상품 평을 보고 물건을 살 수도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전국에서 발행되는 수십 종류의 신문이 지면 형태(PDF)로 TV화면에 서비스되는 채널도 있어 좋다고 했다.

# IP-TV 즐기려면

IP-TV를 보려면 우선 IP-TV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서울 일부지역에서 시범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올해 중 본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KT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 'C-CUBE'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주도하는 '다음 컨소시엄', LG데이콤이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IP-TV를 즐기려면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갖춰야 한다. 제공되는 채널 중에는 고화질 즉 HD급 채널도 여럿 있기 때문에 초당 수십Mb 이상의 데이터를 원활히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망에 TV가 연결돼 있어야 끊김없는 고화질 화면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셋톱박스도 있어야 한다. 셋톱박스는 인터넷으로 오가는 데이터를 TV 방식에 맞게 변환하는 기능을 한다. 셋톱박스에 딸려 나오는 리모콘을 이용해 화면 메뉴를 선택, 원하는 콘텐츠를 즐기면 된다. 실시간으로 방송이 되지만 마치 비디오를 보듯 앞뒤로 돌려가며 볼 수도 있다.

이용료는 월 1만 원 중반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전화(VolP) 등 연관 상품과 결합 판매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에 따라 사용료는 유동적이다. 최신 영화 등 고급 콘텐츠의 경우 주문형 비디오 방식으로 유료 서비스(편당 혹은 월정액)될 가능성이 높다.

# IP-TV로 바뀌는 생활 양식

IP-TV로 인해 안방 극장의 시청 환경은 일대 변혁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IP-TV는 TV 시청 형태를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것에서 능동적이고 양방향적인 것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활용도에 따라 IP-TV는 온라인 게임기, 노래방기기 기능도 일부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 동호회나 소규모 그룹을 위한 폐쇄형 방송국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IP-TV는 안방 혁명을 이끌 꿈의 미디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몇년 이내에 IP-TV는 인터넷이나 케이블TV처럼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IP-TV가 규제에 묶여 있지만 유럽 등에서는 상용화가 상당히 진척돼 있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06년 IP-TV 전세계 가입자 수는 작년(490만 명)에 비해 192% 증가한 1천450만 명에 달하고, 2010년 6천3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 알쏭달쏭 : IP-TV, TV포털, 디지털케이블TV

'바보상자' TV가 PC에 대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과의 결합을 통해서다. 그러나 인터넷과 결합한 TV 중에는 여러 가지 서비스가 있어 헷갈린다. 운영 및 기술 방식에 따라 인터넷에 연결된 TV로는 IP-TV, TV포털, 디지털케이블TV 등이 있다.

TV포털은 IP-TV의 전 단계 형태의 서비스로, 프리IP-TV라고 불린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주문형 비디오로 본다는 점에서 채널 중심의 IP-TV와 다소 다르다.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IP-TV에 비해 제한적이다. 하나로텔레콤이 서비스 중인 '하나TV'와 KT의 VOD서비스인 '홈엔'이 TV포탈에 이에 해당한다.

디지털케이블TV는 사업주체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라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많은 가정이 시청하고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케이블TV를 디지탈 방식으로 변환한 것을 말한다. 공중파 실시간 방송과 VOD 서비스, 제한적 쌍방향 서비스가 가능하고, 최대 130개의 채널을 구현할 수 있다. IP-TV가 전국 단위 사업자인 반면 디지탈케이블TV는 77개 권역으로 나뉘어 서비스된다.

■ IP-TV 상용화 순탄치 않다

IP-TV는 '통방(통신과 방송) 융합의 꽃'이라고 불린다. IP-TV는 통신과 방송 시장의 지형 변화를 이끌 진앙으로 꼽히고 있으며 산업 전후방 파급효과가 엄청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P-TV 시장 선점을 위한 각국과 기업들의 경쟁은 가히 총성없는 전쟁이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일본의 소니사도 자사의 게임기 XBOX360과 플레이스테이션3를 IP-TV 셋톱박스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IP-TV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IP-TV는 각종 규제와 이해 관계에 얽매여 상용화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사와 케이블TV, 인터넷 서비스업체 등의 밥그릇 싸움과 '통신이냐 방송이냐' 논란 때문에 3년 동안 표류해 오다 지난해 11월 들어서야 겨우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방송·통신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방송으로 규정해 공중파와 같은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내 IP-TV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이밖에 공중파 방송들의 실시간 재전송도 풀어야할 숙제다. 공중파 방송 실시간 재전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IP-TV의 파급력은 예상보다 줄어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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