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현대제철 직원 연봉 자존심 경쟁…올해는?

"우리가 추격당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는데…. 설마가 현실이 됐네요. 회사에서 자존심을 살려주길 바라지만 허탈합니다." (포스코 직원 A씨)

"포스코와 연봉 수준이 비슷해진 건 사실입니다. 남은 과제는 근무조건도 포스코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현대제철 직원 B씨)

국내 철강업계의 양대 산맥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직원 임금 수준이 2006년을 고비로 사실상 같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업계 선두인 포스코 직원들은 "자존심 다 구겼다."며 불만이고, 현대제철 측에서는 "포스코에 밀릴 이유가 없다. 올해는 우리가 확실하게 앞지를 것"이라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불과 4, 5년전만 하더라도 양사간에 임금격차는 컸다. 그래서 현대제철노조는 회사측과 임단협때마다 대부분 사안에서 포스코 사례를 모범답안으로 제시하며 "포스코처럼 해달라."고 외쳤고, 이 같은 주장이 최근 수년간 임금인상을 유도해 마침내 현대제철이 포스코와 비슷해지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17일 두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기준으로 두 회사의 현장생산직 사원 연봉 평균은 6천500만 원(세전)가량. 관리직도 두 회사 모두 선임 과장급 사원 연봉이 6천500만 원선으로 현장직 평균과 비슷하다. 회사 간 임금소득 격차가 거의 없다는데 양사 인사·노무 관계자들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포스코의 임금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현실은 달랐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포스코의 성과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포스코는 전체 영업이익의 5.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2005년 5조 9천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3조 8천억 원가량으로 급감, 직원들에게 돌아갈 몫이 그만큼 줄었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노사협상을 통해 임금이 총액기준으로 3.8%(노조측 주장) 올랐고 관리직도 비슷하게 올라 포스코와의 격차가 없어졌다는 것.

문제는 올해다. 양사 모두 고민이다. 포스코는 업계 선두라는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올려줘야 하지만 철강 시황이 그다지 좋지 않고, 현대제철은 거대 노조가 있어 임금이 오를 수밖에 없겠지만 포스코보다 더 많이 주는 게 맞느냐는 내외 논리에 부딪혀 고민하는 듯한 양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임금이 현대보다 못하다면 자존심이 상하고, 그렇다고 수익이 떨어지는데 임금을 더 주는 것도 문제다."며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

현대제철 관계자는 "임금을 올리더라도 연차휴가 의무사용일수 조정 등을 통해 포스코 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충남 당진에서 일관제철소를 기공했다. 포스코의 독점영역에 도전장을 던진 것. 쫓기는 포스코와 쫓는 현대제철이 직원 연봉에서도 서로를 의식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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