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 문제였다. 지난 15일 대낮에 농협에 침입, 현금 440만 원을 털어간(본지 16일자 6면 보도) 일당 2명은 대리운전 기사, 영업용 택시기사, 공단 근로자 등을 전전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지만 향군법 위반 정도가 법범사실의 전부였던 평범한 30대였다. 그러나 1년 전부터 강원도 정선 카지노와 성인오락실 등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각각 2천만 원의 빚을 졌고 경제적인 압박을 받자 결국 은행을 털기로 모의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대구 달성경찰서는 19일 폭죽으로 만든 가짜 총을 들고 농협에 침입해 현금을 강탈한 혐의로 김모(32) 씨와 홍모(32) 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5일 오전 11시 50분쯤 대구 달성군 옥포면 옥포농협 신교지점에 복면을 쓰고 총기를 가장한 축하용 폭죽으로 직원들을 위협한 뒤 현금 44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에서 검거까지=고교 동창생인 이들이 범행을 처음 모의한 것은 지난 12일. 도박 빚에 시달리던 이들은 은행을 털면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범행 3일 전부터 농협 인근을 답사하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논공공단에서 4개월 정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적이 많지 않고' '농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도주하기 쉬운 옥포농협 신교지점을 범행 대상으로 택했다. 이들은 도주 차량을 구하기 위해 지난 14일 오후 6시쯤 대구 달서구 송현동 모 새마을금고 앞에서 김모(55) 씨의 액센트 승용차를 훔친 뒤 다음날 오전 11시 50분쯤 농협에 침입해 가짜 총으로 직원들을 위협, 손쉽게 돈을 빼앗았다. 이어 범행 후 2분 만에 인근 아파트 단지에 대기시켜 둔 김 씨의 스타렉스 차량으로 바꿔 타고 농로를 통해 화원IC 방면으로 달아났다.
완전 범죄를 노렸던 범행은 15일 오전 8시 22분쯤 범행 현장에서 1km 가량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 김 씨가 스타렉스 차량을 몰고 들어갔다 나오는 광경이 아파트 경비실 CCTV에 찍히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차적을 조회, 추적에 나섰고 18일 오후 7시쯤 김씨가 집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붙잡힌 데 이어 오후 10시 30분쯤 홍 씨가 경찰에 자수했다.
이들은 훔친 돈 440만 원을 나눠가졌지만 유흥비와 의류 구입비 등으로 대부분 쓴데다 다시 성인오락실을 찾기도 해 검거 당시 김 씨와 홍 씨가 가진 돈은 각각 20만 원과 5만 원이 전부였다.
◆폭죽 가짜 총에 당했다=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총기는 축하용 꽃가루 폭죽, 일명 '컬러플래시' 2개를 붙여 만든 조잡한 수준의 가짜 총이었다. 30cm 길이의 파이프 모양 폭죽 2개에 꽃가루를 빼낸 뒤 검은 절연용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한 것. 이들은 손잡이와 건전지로 작동하는 전원 스위치를 달아 스위치를 올리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발사되도록 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가짜 총임을 들킬 것을 우려해 뒷문으로 들어가면서 동시에 요란하게 폭죽을 터뜨려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범행에 사용된 가짜 총은 도주하면서 금호강에 버렸다.
가짜 총은 김 씨의 아이디어. 특수부대 부사관 출신으로 1999년 제대한 김 씨는 화약이나 총기류, 폭약을 다루는데 전문가 수준이었고 이벤트 행사장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하면서 요란한 소리만 나도 사람들이 총기로 오인할 것으로 예상, 폭죽을 이용한 가짜 총을 만들었다. 김 씨는 "축하용 폭죽 소리가 요란한 점에 착안, 개조해서 총소리를 내면 은행 직원들이 속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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