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놀기도 바쁜 나이인데…

요즘은 겨울이 되어도 추운 줄 모른다. 난방이 워낙 잘되고, 옷감이 너무 좋아 그럴 것이다. 또 먹을 것이 풍족해 배가 고프지 않으니 말이다. 내가 어릴 적에는 겨울이면 왜 그리 추웠는지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도 밖으로 나가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무척이나 재밌게 놀았다.

시골이라 겨울방학이 되어도 멀리 나들이를 하지 못했다. 대신 온 동네가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물 논의 언 얼음에 스케이트를 지치면서 놀고, 눈이라도 오면 경사진 언덕비탈에 올라 비닐 포대를 깔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신나 했던 기억도 많다. 넓은 앞마당에 눈사람을 만들어 손에는 커다란 삽을 끼워 놓고선 너무나 좋아했었고, 눈싸움을 할 때면 동네 꼬마들이 다 모여 인정사정 없이 눈을 던졌다.

특히 겨울에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불놀이다. 옹기종기 모여 불놀이하는 재미가 솔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부는 바람에 불이 번질 때면 불 끄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학 내내 노는데 정신을 빼앗겨 개학직전에 밀린 숙제하고 한 달 동안의 일기를 몰아 쓰느라 쩔쩔매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도 하루해가 너무나 짧았던 어릴 적 추억이 너무나 그립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시절의 재미를 모를 것이다. 겨울방학이 되어도 학원에 가서 공부하거나, 스키장, 수영장으로 놀러가고, 또 컴퓨터 한다고 집안에서 정신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내 딸 아린이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밖에서 뛰어 놀면서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났으면 좋겠다.

김지현(대구시 북구 국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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