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겨울, 몇몇 지인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독서모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책 읽을 시간이 항상 부족할 만큼 일상이 바쁘고, 덕분에 책꽂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책들의 무게에 마음의 부담만 점점 가중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모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우리는 좀 더 '적극적인' 책 읽기의 한 방법으로 '독서모임'을 선택했다. 지적·정서적 세계가 비슷한 세 명의 회원으로 아주 소박하게 시작한 우리의 독서모임. 그러나 마음을 먹기는 쉽고 실행은 버거운 일. 각자의 시간을 조율하느라 미루어오던 첫 모임을 어느 맑은 봄날, 점심시간에 가졌다.
식사를 간단히 하고 나누기를 하는데 그날따라 서로의 전화벨이 얼마나 울려대는지 중간에 대화가 '뚝뚝' 끊어지는 바람에 우리는 시간대부터 조정해야 했다. 그나마 사적인 영역이 보장되는 이른 시간이면 좋을 것 같아 아침 7시로 결정, 그 이후로 격주에 한번씩 모임을 가져오면서 베스트셀러, 고전명작, 교양서적 등을 두루 만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한동안 가졌다.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준다."는 에머슨의 말처럼 같은 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양서를 많이 접한다는 것도 좋았지만 그 모임이 각별히 중요했던 까닭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좀 더 세심한 책읽기를 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다른 이의 세계와 소통하는 느낌이 좋았다.
현재 우리의 소박한 독서모임은 '했었다'라는 과거시제로 끝나 있다. 그 때 읽은 책들은 따로 보관해두고 있는데 책과 함께 정리해 둔 나누기 자료들을 보면서 우리의 잠정적인 휴면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양질의 책을, 많이 읽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가까이에도 많이 있다. 그런 모임을 통해서 책읽기와 함께 삶을 보다 더 문화화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은 쉽고 실행은 힘든 그 일이 오랜시간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더욱 좋을테고 말이다.
나윤희 홍익포럼 대표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