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호모 코레아니쿠스

호모 코레아니쿠스/ 진중권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한 사회의 문화를 진단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 할 수도 있고, 다른 사회의 소속원으로 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어느 방법이나 자기 혹은 자국 중심적인 시각이 끼어들 소지는 있다. 이런 위험성을 줄이는 데 있어 다른 사회를 '타자(他者)'로서 경험해 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타자로서 쳐다본다는 것은 객관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자문화 중심주의'의 시각에서 실상을 오도하지 않는다는 전제만 있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지은이 진중권 씨는 독일 유학 시절을 거쳤다. 그 과정은 "문화의 차이 때문에 겪는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게르마니아 땅에 사는 원주민들(?)의 습속을 관찰하며 즐기는 고약한 인류학적 취미로 상쇄"하며 보냈던 시간이다. 그리고 독일의 원주민 문화에 동화돼 돌아온 한국에서 다시금 '습속(habitus: 특정 사회 성원들의 사고방식, 감정구조, 행동양식의 총합)'의 변화를 겪었다.

"외려 독일에 가면 짜증이 난다."고 할 정도로 익숙해진 지금 진 씨는 "이곳의 습속을 낯설게 느끼는 체험"의 결과를 풀어내고 있다. 이는 '한국인 인간(homo coreanicus)'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이다. 진 씨에 따르면 '호모 코레아니쿠스'는 근대 이후부터 탈근대가 진행 중인 현재까지,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들의 자화상을 일컫는다. 한국 사회는 서구가 수백 년 동안 거쳐 이룬 변화를 불과 1세기라는 짧은 시기에 이루었다.

'조국 근대화'가 1960년대 이후로 시작됐으니 이를 따져보면 그 시간은 더욱 짧아진다. 농경에서 산업, 첨단정보 사회로 변화하는 동안 우리의 '몸', 즉 '신체'도 변화를 겪었다. 시대마다 새로운 사회원리가 작동했고, 인간의 몸이 그에 맞게 뜯어 고쳐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몸속에는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의 세 지층이 압축됐다. 그로테스크한 신체 구조로 인해 한국인은 고통을 받고 있다.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점인데도 과거의 타성에 사로잡혀 있다.

지은이 자신도 속해 있었던 근대화 시대의 '인간개조'와 그 결과, 산업화 시대에서도 여전히 버리지 못한 전근대성을 지닌 사회 현상을 낯선 이의 시각으로 잔잔하게 풀어낸다. 이야기는 단순히 한국의 습속을 비하하는 것도 그런 것도 자화자찬으로 채워지지는 않는다. 서구의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사례와 비슷한 점도 찾아내고, 어떻게 해서 동서양의 발전이 차이가 나게 됐는지도 설명해준다.

진 씨가 보기에 이 점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뒤처졌던 과거의 기억에서 오는 특유의 성급함으로 현재와 미래 사이의 거리를 좁혔기에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미래주의적인 상태에 이르렀다. 진 씨는 여기에서 오늘의 고통을 제거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한다. 한국인의 몸을 이루는 세 가지 역사적 층위를 최적의 배합을 이루도록 재배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존재의 미학, 즉 요소들을 선택하는 '테크네(techne)'와 이를 배치하는 '메트릭(Metrik)'이다.

인간 개조에서 토털 키치까지 진 씨가 보여주는 다양한 한국의 이미지는 박노자 씨가 들려주는 낯선 한국인 이야기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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