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매매 여성들, '자활 꿈꾸기' 힘들다

대구 중구의 한 윤락업소에서 일하는 정모(25·여) 씨는 지난달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뒤 업주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선급금 문제와 구타 등을 상담하기 위해 업주 몰래 지원센터를 찾았지만 업주가 이를 알고 정 씨를 감시하기 시작한 것. 정 씨는 "함께 일했던 언니가 최근 나가는 것을 보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상담을 받았지만 결국 나가지도 못하고 더 심한 감시만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성매매 피해자 등을 위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개소한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센터가 업주들의 '방해'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센터가 자활의 기회를 알리기 위해 성매매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방해할 뿐 아니라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감시도 더 강화했기 때문.

지난해 4월 지원센터가 개소한 뒤 최근까지 성매매 지원센터를 통해 생계지원을 받은 여성은 47명. 하지만 성매매 업소를 빠져나온 이들조차도 업주의 강압이나 업주가 제기한 민사소송 등으로 인해 자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여 년 동안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 지난해 지원센터를 통해 빠져나온 김모(39·여) 씨는 "업주의 감시를 받으며 옷, 화장품, 음식 등 모든 것을 외부 공급에 의존해 온 여성들이 상담소를 찾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한 여성자활지원센터 담당자는 "단 한 번의 상담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는 여성들이 많다."며 "성매매 여성 대부분은 자활 상담조차 업주의 감시 때문에 마음 놓고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성매매 업소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높다. 실제 지난 한해 동안 경찰이 불법 성매매 업소 업주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건수는 24건. 그러나 이 중 70%에 이르는 16건의 구속영장이 검찰에 의해 불허되거나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특별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대한 법률)을 위반한 업주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대상이지만 검찰과 법원이 이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정박은자 대구여성회 상담 실장은 "처벌법은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미치지 못해 있으나마나 한 법으로 전락했다."며 "성매매 여성이 업주들의 불법 영업에서 벗어나 자활할 수 있도록 엄정한 법적 처벌 및 제도적인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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