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새해가 되면 한 해의 계획을 세우며 희망을 가져보게 마련이다. 작심삼일이 되기 다반사이지만, 그래도 계획을 세워가는 시간만큼은 가슴 벅찬 무언가를 느낀다. 그런데 새해의 계획을 세우면서도 희망보다는 한숨이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순수민간 예술단체는 올해도 살림살이가 궁핍할 것이 뻔하니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단체는 예술 분야에 대한 성취와 아울러 공익을 위해 활동해야 하는 일종의 의무를 지닌다.
이는 좋은 예술프로그램의 개발과 지역 사회를 활력 있게 변화시키는 목적을 기반으로 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우선 지역 사회는 지역 내의 아마추어 단체를 활성화할 것인가 아니면 타 지역의 전문 단체를 지원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함께 예술교육과 일반교육의 우선 순위에 대한 고민, 예술가들의 권익과 지역 사회의 요구사항에 대한 고민을 가지게 된다.
예술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논의는 실상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분리하여 하나만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미 해묵은 이 고민이 아직도 지역에서는 여전한 것을 보게 된다. 지역사회의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지역 중심 예술단체는 지원과 관심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역 민간 오케스트라의 경우 지원과 관심의 영역 밖에서 자생적으로 활동을 하면서 겪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정적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지만 홍보 등에서도 소외되다 보니 대중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있다.
지난 1999년 미국에서의 경험 이후 대구에 돌아와 재즈를 전문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매년 정기연주회와 초청 연주를 열고 있지만 재정적 고충에서 단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빚만 지고 흥행도 안 되는 일을 한다며 조롱을 받을 때도 있지만,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운영되는 예술단체의 가능성을 미국생활에서 경험한 탓에 그 끈을 쉽게 놓아버릴 수도 없다.
우수한 예술적 창조성과 대중들의 관심, 거기에 후원과 기부문화의 정착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은 결국 지역 사회의 발전과 연결되어 있었다. 올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서 또 한 번 기대를 해본다. 늘어가는 공연 팸플릿의 두께와 적자만 가득한 장부를 번갈아 보면서도 즐거운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백진우(대구예술대 교수·애플재즈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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