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들 '예술치료' 나선다…곳곳서 문화공연 행렬

19일 오후 1시 경북대병원 1층 외래접수센터 로비. 마치 호텔 로비에 들어선 듯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피아노, 클라리넷, 첼로 연주자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선사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였다. 사람들은 금세 분위기에 젖어 들었고, 연주가 끝나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진 곡은 대중가요 '사랑으로'. 귀에 익은 곡이어서인지 가사를 흥얼거리거나 리듬에 맞춰 몸을 좌우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환자 김영철(43·수성구 시지동) 씨는 "음악을 들으니 잠시나마 무료함을 덜 수 있고, 마음도 편안해 진 것 같다."며 "이왕이면 대중가요를 많이 연주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 병원에 가면 문화의 향기가 넘친다. 병원들이 환자와 보호자들의 병마와 근심, 기다림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한 음악공연, 전시회 등을 자주 마련하고 있기 때문. 예술을 통해 환자들의 마음이 편안해지면 치유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도 깔렸다. 이런 공연과 전시에는 대부분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이웃에 나눠 주려는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어 더 뜻 깊다.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6월부터 거의 매일 로비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5개 팀이 돌아가면서 연주를 하고 있는데,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음악학원 원장,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교회 연주단, 여고생들까지 다양하다. 이날 첼로를 연주한 최성숙(43·여·음악학원 원장) 씨는 "내가 가진 작은 재능이 환자들의 투병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의사가 의료 봉사를 하듯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음악 봉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병원은 지난해 12월에는 입원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도북춤과 같은 한국무용과 판소리, 대금과 가야금 연주 등을 감상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20일 오후 2시 영남대병원 소아과병동에선 대학생 문화공연 봉사단 '써니(Sunny)' 가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공연을 했다. 대학생 형들이 우스꽝스러운 차력술을 선보이자 아이들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 병원 로비에서는 금요일마다 계명대 음대 학생들이 현악 4중주 연주회도 열고 있다.

말기 암 환자가 많은 계명대 동산병원 호스피스병동에는 매주 금요일 '사랑이 있는 작은 음악회'가 찾아온다. 투병생활에 지칠 대로 지친 환자들에게 평안을 가져다 주는 시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정신과 환자들을 위한 문화잔치가 열려 환자와 의사가 시를 낭송하고 노래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동산병원은 어린이 환자 70명을 오는 27일 동구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에 무료로 초대할 예정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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