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16·여)이의 아침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날이 채 밝기 전, 허겁지겁 밥을 먹고 보충수업 교재와 무용복을 챙겨들고 부리나케 학교로 향한다. 오전 8시에 시작하는 보충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서다. 샛별이는 고등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지만 학교 공부에도 소홀함이 없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저도 똑똑해야 하지 않겠어요."
샛별이는 자신의 꿈인 무용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로 지친 몸을 달래가며 하루도 빠짐없이 4시간씩 무용 연습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한 샛별이의 무용 실력은 현재고등학교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지난 5년 동안 셀 수 없도로 많은 상장과 트로피를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해마다 20차례가 넘는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다 보니 출전 대회와 상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
하지만 샛별이에게는 부모가 없다. 샛별이는 자신의 원래 이름과 생일도 모른다. 지난 1990년 4월, 한창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4세 쯤에 샛별이는 대구의 한 보육시설 놀이터에 홀로 남겨졌다. 샛별이의 부모는 아이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이 때문에 아이에 대한 모든 신상 기록은 보육원에서 새로 만들어졌다. 샛별이는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곳이 좋아요. 엄마, 아빠에 대한 기억이 없어 그런지 그립지도, 밉지도 않은걸요. 초등학교 땐 철없는 친구들이 절보고 부모 없다고 놀렸는데도 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당차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샛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는 어떠한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용으로 대학을 갈 거예요. 요즘엔 특기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잖아요." 샛별이는 현재 한양대 무용학과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만 19세가 되면 보육시설을 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400만 원을 훌쩍 넘는 사립대 무용학과의 등록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걱정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부딪히면서 이겨내야죠." 샛별이는 '포기'란 말이 제일 싫다고 했다. 사실 샛별이는 학원비도 제대로 내지 못하지만 무용학원에 다니고 있다. 샛별이의 재능과 열정을 알아본 무용학원의 배려 덕분이었다. "나중에 꼭 갚겠다는 생각으로 염치불구하고 다니고 있어요.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저도 없겠죠. 저 꼭 성공할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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