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원 평창 4.8 규모 지진…대구·경북은 안전한가?

"대구에도 혹시 지진?"

지난 20일 오후 8시 56분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진부면 경계지역에서 리히터 지진계 4.8의 지진이 발생, 대구·경북지역까지 여진이 미쳤다. 지진을 감지한 시민 수백 명이 대구소방본부, 대구기상대 등으로 문의 전화를 걸어왔지만 확인 결과 대구·경북은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에도 지진 여파

강원도에서 발생한 규모 4.8의 지진이 대구·경북에도 영향을 미쳐 대구 달서구, 수성구, 북구, 남구 일대 시민들은 '지진 진동'에 불안을 느꼈다. 대구 달서구 한 고층아파트 주민(50)은 "서랍장 위에 놓여져 있던 액자, 시계 등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을 느꼈다."며 "진동에 놀란 시민들이 베란다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서로 안부를 묻는 일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모(42·남구 대명동) 씨도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진동이어서 가까운 이웃, 친구들과 서로 연락했고 아이들도 순간 놀랐는지 울며 보채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대구 일부 지역뿐 아니라 구미, 칠곡, 성주 등 경북지역에서도 수백 통의 문의전화가 폭주했다는 것. 손희정 대구기상대 예보사는 "이번 지진은 대구·경북과 비교적 거리가 멀어 '진도2' 정도의 영향으로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며 "건물의 높이, 예민한 정도 등에 따라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륙지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국내에서 정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지난 1905년 이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모두 6차례 발생했다. 지난 2003년 인천 백령도 서남해안 80km 부근, 2004년 경북 울진 동쪽해안 80km 부근에서 규모 '5.0' 이상 지진이 있었지만 대부분 바다에서 발생,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지진은 진앙이 강원도 내륙지역일 뿐 아니라 서울·경기 내륙 깊숙한 일부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지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번 지진이 내륙지역에서 발생, 대도시로까지 영향을 미침에 따라 '우리나라가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가지진센터에 따르면 지난 1978년 이후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은 모두 720여 건, 2001년 43건, 2002년 49건, 2003년 38건, 2004년 42건, 2005년 37건, 2006년 50건으로 점차 늘고 있다. 올해에만 이번 지진을 포함해 강원 원산 동쪽 61km 해역(규모 2.4), 강원 정선군 북북서쪽 24km 지역(규모 2.0) 등 3건이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까지 규모 5.0 이상의 강한 지진은 모두 해역에서 발생했으며 남한 내륙에서 이 같은 강진이 생긴 적은 거의 없었다."며 "그러나 일본과 인접한 동해상은 환태평양구조대에 속해 '지진다발생지역'으로 분류돼 있고, 이번 지진으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내륙지역은 괜찮나

대구는 지난 2004년 4월 26일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지난 1984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10건의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났다. 경북에서도 지난 2004년 경북 성주에서 규모 3.5의 비교적 강진이 발생하는 등 지난 1980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100건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 중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4건이나 된다.

문제는 발생 빈도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 지난 2001년 43건 중 10건, 2002년 49건 중 8건, 2003년 38건 중 11건, 2004년 42건 중 7건, 2005년 37건 중 7건, 지난해 50건 중 14건이 대구·경북에서 발생했다.

특히 지진이 최근 들어선 내륙 깊숙한 곳에서도 발생 빈도가 높아져 대형재난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풍수해 뿐 아니라 지진에도 대비한 체계적인 방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시민들도 '지진 불감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정모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대구·경북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데도 시민들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 않다 보니 둔감해 있다."며 "우리나라는 판 경계부가 아닌 판 내부에 존재해 체계적인 연구와 방재대비가 힘든 현실이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도 해일, 산사태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정부나 학계에서 지진이라는 대형재난에 대비, 집중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진도= 인공구조물의 손실이나 지각표면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진동의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피해가 크다.

※지진 대피요령=지진의 리히터 규모 '5.0' 이상이면 강진으로 분류되며 벽에 금이 가고 사람이 서 있기가 곤란하다. 국가지진센터에 따르면 이 같은 강진이 발생했을 때에는 무엇보다 침착하게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방석, 베개 등으로 머리를 감싸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 이용 ▷책상, 침대, 탁자 등 자신을 보호할 곳 아래에 숨기 ▷지하일 경우, 정전이나 침수에 대비 넓은 운동장으로 대피 ▷고정 물체 잡기 등이 일반적인 대피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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