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도시란 유적·유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걸맞은 혼과 이상이 살아 숨쉬고 있어야 한다. 전 지구인의 소중한 자산인 경주가 앞으로도 역사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장 아름다운 '삶의 터전'이 돼야 하고, 그렇게 가꾸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지금 경주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으로 발돋움을 위한 두 번째의 산고를 겪고 있다. 삼국통일을 통해 우리 민족의 다양성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듯이 문화역사도시에서 첨단과학도시라는 접목을 통해 미래지향적 제2의 문화역사도시라는 아름다움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1년여 전 경주시민을 중심으로 한 우리 지역민들은 지역 발전을 위한 간절한 염원과 뜨거운 애정으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의 유치라는 국가적 숙원사업을 해결해낸 바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원전 집적지라는 탁월한 입지조건을 지닌 경북 동해안에 방폐장을 유치하여 지역발전을 앞당겨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거도적(擧道的) 역량을 모아서 3대 국책사업 유치를 성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압도적인 지지로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받으면서 3대 국책사업의 유치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찬란한 문화역사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잠재적 역량이 시대정신으로 승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수원 부지 선정과정에서 지역 간 그리고 견해를 달리하는 주민들 간에 오해와 갈등이라는 산고를 동시에 겪어왔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도심권으로 와야 한다.'는 주장과 '방폐장이 있는 곳에 입지하여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양 지역의 첨예한 의견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것도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가꾸고자 하는 지역사랑의 표출이다.
지난해 연말 한수원 부지 선정과 관련하여 한수원에서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이를 둘러싸고 각 지역 간, 그리고 한수원 노조와 경영진 간의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는 똑 같은 장소는 한군데도 없고,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우월한 지역도 없다. 더욱이 지역의 우월성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결국 모든 개인이나 집단이 만족하는 최선의 입지 선택이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특정시설의 입지를 둘러싸고 주민들 간의 입장이 다른 수 있다.하지만 지역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최선의 입지가 아닌 차선의 입지를 수용, 이를 최선의 입지로 가꾸어 가는 지혜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선호하는 지역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전 세계에 자랑하는 역사문화도시 경주도 우리의 조상들이 그렇게 가꾸어 왔다. 지금 우리에게는 더 이상 주저하고 머뭇거릴 시간도 겨를도 없다. 경주는 '동경주'와 '도심권'으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삶의 터전이다.
이제 최소한 경주라는 하나의 삶의 터전 안에서의 대립과 반목과 갈등을 털어 버리고 지역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화합의 큰 걸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할 때이다. 보다 크게, 보다 멀리 보면 한수원이나 중·저준위 방폐장,양성자 가속기는 경주의 새로운 천년인 미래지향적 21세기형 문화역사도시를 기약하는 희망의 싹이다.
문제는 지역주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이런 기능을 적재적소에 뿌리내리게 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즉 다양성을 추구하되 뒤범벅이 되어서는 아름다움은 추구될 수 없다. 고분군 바로 옆에 고층건물의 한수원 본사나 한수원 사택이 들어설 수는 없다. 그리고 반드시 한수원 본사와 사택이 같은 지역에 들어설 필요도 없다.
현대사회에서 직주분리는 일반적 현상이다. 왜냐하면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입지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그 지역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시설을 건립하여 개성있고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가꾸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즉 한수원 본사와 사택도 대도시의 그것과는 다르게 경주의 역사와 자연에 친화적인 시설이 건립될 수 있도록 우리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야 우리의 경주를 세계 속의 경주로 우리의 후손에게 물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한국수력원자력(주)이라는 큰 기업이 우리지역에서 더욱 성장하고 세계적인 기업이 돼 우리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그 임직원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더욱 살기 좋은 삶의 터전으로 가꾸는데 동참할 수 있도록 힘과 뜻을 모으는 것이다.
이철우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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