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 프리즘)방학의 중간 지점에서

겨울 방학이 깊어가고 있다. 대부분 학생들은 학교나 학원에 나가기 때문에 과거처럼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부모 자식 간에 충돌할 기회가 많아 서로 힘들어 한다. 생각해 보자. 우리 아이들은 전쟁을 치르듯 매 학기를 정신없이 보낸다. 방학이 여유로운 휴가란 옛말이다. 방학이라도 보충수업을 받으러 학교에 가야 하고 부모가 반 강제로 보내는 학원에도 나가야 한다. 평소보다 오후에 조금 여유가 있을 뿐 스트레스는 더 쌓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부모는 감시와 질책을 관심과 애정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 육체적으로는 '땀'을 흘려야 하고 정신적으로는 주기적으로 '감동'의 세례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자녀들에게 별 생각 없이 "놀지 말고 공부해라."라고 말한다. 혈기왕성한 젊은이가 어떻게 놀이나 휴식 없이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 학창시절에 그런 대로 열심히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이렇게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공부와 휴식을 절도 있게 구분하며 상호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공부할 때는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고, 한 매듭이 지어지고 나면 밖에 나가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음악을 듣거나 독서를 하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진한 감동을 경험할 때 생의 활력을 되찾게 되고 현재 하는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위기를 들먹이며 남을 통제하려는 사람에게서는 남을 설득시키려는 진지한 노력과 고뇌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위기론은 일종의 폭력이다. 위기론의 무자비한 횡포 앞에서 대부분 힘없는 개인은 위기 극복의 의지를 갖기보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기력해지기가 쉽다. 위기론 속엔 가학성 잔인함이 깃들어 있다. 불안감은 인간의 모든 잠재 능력을 파괴하고 영혼을 병들게 한다. 부모가 믿고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을 때 자녀는 반항하거나 매사에 소극적인 소심형으로 변하게 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칭찬과 격려의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솟아난다. 천재를 만드는 비법은 칭찬과 격려다. 부모는 자신의 여유롭던 학창시절을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헨리 포드는 "일만 알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 같은 것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또한 놀기만 할 뿐 일할 줄 모르는 사람은 모터가 없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아무 소용도 없다."라고 했다. 공부와 휴식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부모의 의도대로 아이를 통제하겠다는 생각은 과욕이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남은 방학 동안에 가능하면 간섭을 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시간을 관리하게 해 주자. 믿고 맡겨줄 때 오히려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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