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불같은 강속구를 뿌렸던 미국 프로야구 무대의 박찬호는 이제 34세의 나이로 예전만한 모습을 보이기 힘들게 됐지만 고질적인 허리부상을 털어버린 데다 노련한 경기운영 능력과 제구력을 바탕으로 올 시즌 힘차게 부활의 날갯짓을 하리란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전성기 때의 모습은 아니어도 한 팀의 3, 4선발 자리는 충분히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박찬호가 두번째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서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부 지역과 내셔널리그에 애착을 갖고 있던 그는 샌디에이고가 데이빗 웰스를 잡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배리 지토를 영입, 갈 곳이 더 없어졌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마저 랜디 존슨을 다시 데려온 상황.
그 와중에 박찬호가 마무리로 뛸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박찬호의 에이전트이자 협상의 명수인 스캇 보라스가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보스턴 레드삭스와 연결시킬 때 박찬호를 마무리 투수로 '끼워 팔기'를 시도하기도 했고 선택의 폭이 좁아진 박찬호도 무조건 선발만 고집하기는 어려운 처지에 몰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박찬호가 마무리로도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까.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로 모두 강력한 인상을 남긴 데니스 에커슬리(은퇴·2004년 명예의 전당 헌액)와 존 스몰츠(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성공담이 박찬호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이들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선발 20승 시즌과 50세이브 시즌을 모두 이룬 단 두 명의 선수들이다.
1972년 이후 선발투수로 149승130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한 에커슬리는 어깨 부상으로 주무기인 강속구를 잃은 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칼날 제구력을 무기로 메이저리그 최초의 1이닝 전문 마무리로 변신, 대성공을 거뒀다. 1992년에는 7승1패51세이브, 평균자책점 1.91로 사이영상과 리그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고 1999년 만 44세로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마무리로만 48승411패390세이브를 따냈다.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존 스몰츠는 또 어떤가. 팔꿈치 부상으로 정상급 선발투수에서 30대 중반에 특급 마무리로 돌아서 성공을 거뒀고 다시 선발투수로 복귀하면서 통산 193승137패154세이브, 평균자책점 3.27을 거뒀다.
박찬호는 지난 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한국 대표팀의 마무리로 깜짝 변신, 3세이브를 올리는 활약을 보여준 적이 있다. 게다가 1이닝에 한정한다면 아직도 150km가 넘는 공을 충분히 뿌릴 수 있고 다른 마무리 투수와 달리 다양한 변화구도 갖고 있다. 아직 선발로 뛸 여지도 남아 있지만 선례를 보더라도 마무리로 뛰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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