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유 중 엔진정지' 제도, 단속도 '정지 중'

소방방재청의 '휘발유 주유 중 엔진정지' 제도가 지난 13일로 시행 1년째를 맞았지만 이를 지키는 운전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단속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유소에서 '엔진을 꺼라'는 얘기를 듣기 어려운데다 운전자도 이를 무시하고 있고, 특히 당국의 단속도 '정지' 상태여서 위험천만한 주유가 계속되고 있다.

◆'엔진 꺼달라' 요구 없다=수성구 만촌동 S주유소, 동구 지저동 S주유소, 동구 신암동 G주유소, 중구 동인동 G주유소, 북구 침산동 G주유소에서 각 1만 원어치씩 휘발유를 넣었지만 단 1곳에서만 직원이 "엔진을 꺼달라."고 요구했을 뿐 나머지 4곳은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왜 엔진을 꺼달라고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주유소 직원은 "처음엔 꺼달라고 했는데 무시하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무슨 자격으로 꺼라, 말라냐?'며 화를 내기도 해 말하기가 어렵다."며 "엔진을 꺼는 것을 귀찮아하는 데다 겨울에는 난방 때문에 더욱 요구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동구 한 주유소의 협조를 얻어 1시간 동안 엔진정지 대상인 휘발유 주유 차량의 주유 중 엔진 정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휘발유 차량 10대 중 직원의 엔진정지 요구에 엔진을 끈 차량은 3대에 지나지 않았다. 이 주유소 소장은 "엔진을 꺼달라고 부탁해도 이에 응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며 "단속 나오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실제 단속 나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제도는 공염불=소방방재청은 지난해 1월부터 엔진의 스파크가 공기 중에 떠도는 휘발유 유증기에 착화돼 폭발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유 중 엔진정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위험물안전관리법에도 '자동차 등에 주유할 때 원동기(엔진)를 끌 것'으로 명시돼 있고, 이를 어겼을 경우 주유취급업소에 과태료(1회 50만 원, 2회 100만 원, 3회 200만 원)를 부과할 수 있게 돼 있지만 대구에서의 단속 건수는 한 건도 없다.

이에 대해 관계 당국은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현장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주유취급업소에만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는 등 실효성이 없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대구에만 1천 개가 넘는 주유소가 있는데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고 특정 주유소에 한했을 경우 민원 등 반발도 예상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각종 위험물 정기점검, 합동단속 등에도 인력이 모자라는 만큼 올해엔 불시 합동단속 등의 방법으로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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