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잉글랜드 축구리포트)"2등은 안돼" 구단주 눈 밖에 난 무리뉴 첼시 감독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의 위치가 불안하다. 러시아 갑부로 잘 알려진 로만 아브라히모비치 구단주가 최근 공개적인 언행으로 그와의 불화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늘 첼시의 경기를 관전하던 아브라히모비치는 지난 주 리버풀과의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국 언론들은 무리뉴 감독에 대한 불만으로 그가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을 거라 보도했다. 그가 다음 시즌부터는 거스 히딩크가 첼시의 감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다닌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무리뉴가 사령탑을 맡으면서 첼시는 프리미어 리그 2연패의 위업을 이루었고 이번 시즌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분명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막대한 자금으로 선수단을 구성한 첼시에게 1등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화려한 성적인데도 구단주의 성에는 차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2003년 아브라히모비치가 구단을 사들인 이후 팬들은 그가 '돈으로 축구를 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돈을 위해' 축구를 할 뿐이다. 단지 프리미어 리그에서 조금 파격적으로 보일 만한 방법을 썼을 뿐이다. 에시앙과 같이 필요하다 싶은 선수는 무조건 영입했다. 이 때 첼시가 올려놓은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의 몸값은 '첼시 프라이스'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의 첼시 만큼 영국 축구 문화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어 보인다. 이탈리아의 세리에A가 정치인들의 표적이라면,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는 세계 자본의 유용처다. 팬들의 비판과는 관계없이 러시아 갑부의 돈으로 만들어낸 첼시의 전력은 전 세계에서 또다시 많은 돈을 끌어 모았다. 한국의 삼성은 첼시 선수들의 유니폼에 자사 광고를 넣기 위해 최대 스폰서가 되기를 자처했다. 선수들의 기자회견 때 배경에 잠시 이름이 나오는 독일의 아디다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영국의 토마스 쿡 등도 스폰서란 이름으로 첼시에게 많은 돈을 선사한다.

아브라히모비치의 입장에서는 조세 무리뉴 감독도 지도자라기 보다는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하나의 투자 대상에 불과할 지 모른다. 그래서 무리뉴 감독이 약한 수비진을 보강하기 위해 새로운 선수를 사달라고 조르지 말고 더 이상의 자금 지원없이 다시 한번 우승을 거두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무리뉴 감독이 선수 보강을 주장하면서 공개적으로 구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첼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자 그에 대한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무리뉴가 작년에 거두어 들인 프리미어 리그 우승컵은 지금도 구단주가 기대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내고 있다. 트로피는 스탬포드 브리지 한켠에서 첼시의 영광을 함께 하고 싶어하는 팬들과 사진을 찍을 때 마다 40파운드(한화 8만원 상당)를 벌어들인다. 아브라모비치에게 우승컵이 주는 수입은 무리뉴의 2위를 용납 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일 지도 모른다.

박근영 축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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