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7, 네 꿈을 펼쳐라!] ⑤레슬링 金메달 후보 임지영군

경북공고 레슬링 선수인 지영(16·1년)이의 귓바퀴는 단단하게 굳어져 끝 부분이 손바닥 마냥 펼쳐져 있다. 훈련 중 상대방 어깨에 부딪히면서 귀 연골에 출혈이 생겼지만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해 귓바퀴가 딱딱하게 굳어진 것. 하지만 지영이는 친구들에 비하면 오히려 나은 편이라며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귀를 감쌌다.

초교 5학년 때 충북인삼배 전국 장사 씨름대회에서 메달을 따면서 체육교사들의 눈에 띄어 레슬링을 시작한 지영이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촉망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운동이면 뭐든 좋아해요. 씨름이랑 레슬링은 특히 칭찬을 많이 받은 종목이라 애착이 갔어요." 한국복지재단에서 지급된 보조금으로 힘겹게 얻은 단칸방엔 지영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받아온 메달과 트로피로 가득 차 있다. 그레코로만형 선수인 지영이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2, 3학년 선수들을 잇따라 제압하고 은메달을 목에 걸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앞서 지영이는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 학생 레슬링선수대회 1위, 회장기전국중학교 레슬링 대회 1위 등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대회에서 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지영이는 요즘 걱정이 하나 생겼다. 10년째 희귀난치병인 버거병(Buerger's disease: 말초동맥과 정맥에 염증이 생겨 괴사하는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간병하던 어머니가 석 달 전 집을 나가면서 연락이 두절된 것. 아버지는 버거병 때문에 9년 전 왼쪽 다리를 절단했고, 최근엔 오른손가락의 중지를 제외하고 모든 손가락을 잘라냈다. 지영이는 아픈 아버지를 오랜기간 간병했던 어머니의 고초를 이해하고 있다.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가 바깥일을 하면서 고생이 많으셨어요. 엄마를 이해하지만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지영이는 요즘 집 나간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하루 12시간씩 이어지는 훈련에도 지친 기색없이 묵묵히 집안일이며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것. "제가 막상 일을 해보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겠어요. 돌아오시면 잘 해 드릴 거예요." 지영이는 엄마가 꼭 돌아오리라 믿고 있다. "제가 꼭 레슬링으로 성공해서 부모님과 동생들 다 책임질거예요.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곧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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