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쿨존' 개선사업, 정부 또 예산 삭감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 OECD중 최고인데…

'쌩쌩 달리는 차로부터 어린이는 누가 보호합니까'

24일 낮 대구 달서구 두류동 S초교 주변 골목길. 어린이보호구역(School Zone) 표지판이 선명했지만 다른 초교 주변과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차도와 보도 구분이 없고, 미끄럼방지 틀조차 설치안돼 차들이 마구 달리고 있는 것. 달서구청의 사업비가 부족해 지난 2001년 뒷문 주위 50m에만 어린이 보도와 가드 펜스를 설치했던 S초교는 이후 4년이 지난 올해 나머지 구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인데 정부가 사업비를 줄이면서 이마저도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이는 정부가 당초 약속과 달리 관련 사업비를 대폭 줄였기 때문. 이에 따라 올해 대구시내 초교들의 어린이보호구역 개선 사업이 무더기로 내년도로 넘어갈 형편이다.

정부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동안 초교중심의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작업을 끝내고 내년부터 2012년까지는 유치원 및 보육시설을 중심으로 2단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 사업을 마무리짓지 못하게됨에 따라 2단계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구시에 따르면 국비 50%, 시비 50%의 매칭 펀드로 추진해 왔던 1단계 사업의 올해 국비는 9억 500만 원으로 지난해 21억 8천600만 원보다 50%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147곳에 이어 나머지 41개 초교 사업을 올 해 모두 끝내려 했던 시 계획이 18곳으로 줄였다.

상대적으로 초교가 많은 달서구와 북구는 각각 15곳 가운데 9곳, 16곳 가운데 11곳이 내년으로 사업을 미뤄졌다. 이에 대해 시 및 구청 담당들은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이 다른 사업에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며 "어린이 안전과 생명에 관련된 돈을 다른 사업에 양보하는 나라는 우리 정부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인도-보도 분리, 교통량, 사고 위험성을 따져 우선 순위를 설정하는 1단계 사업에서 늘 뒷순위로 밀려 온 달서구, 북구 아파트 단지 초교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교통량이나 사고 위험성이 높지만 단지 보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선 순위에서 제외돼 왔는데 또다시 해를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2단계 사업 지연도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100인 이상 유치원 및 보육시설, 신설 초교 및 특수학교에 대한 사업 계획을 마련한 기초자치단체들도 불만이다.

구·군청 담당 공무원들은 "올 해 마무리할 수 있는 사업을 내년으로 미루면 모두 234곳에 167억 원을 투입하는 2단계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며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이 OECD 국가 가운데 최고인데도 정부는 말로만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을 부르짖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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