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 '북발협'회장 선거 앞두고 폭력 비화

"사회단체장이 뭐기에…"

울진 북부 지역사회가 '북면발전협의회(이하 북발협) 회장'이라는 한 사회단체장 선거로 시끄럽다.

후보자 자격 시비와 선출 방식 등을 놓고 야기된 의견대립이 주민 분열과 지역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술자리 폭행 사건으로까지 발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시골의 한 사회단체장 자리가 뭐 그리 대단하기에'라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인식이 크게 달라진다.

지역 내 크고 작은 사회단체장들의 대표 격인데다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원전 지원사업의 선정을 사실상 주도하는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는 등 지역에선 '유지 중의 유지'로 통하기 때문이다.

▷지도층 인사들의 술자리 폭행=울진경찰서는 지난 23일 밤 울진군 북면의 ㅂ 유흥주점에서 지역 사회지도층 인사들 사이에 발생한 폭행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 군의원 임모(59)·농협조합장 김모(71)·북발협 전회장 최모(51)· 북발협 전사무국장 임모(52) 씨 등이 함께 한 이 날 술자리에서 폭행사건이 발생, 김 씨가 얼굴 등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고 최 씨는 팔 등을 크게 다쳤다는 것. 주민들 사이에선 '모 인사가 술병을 깨 의견을 달리하는 상대를 협박하고 폭행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 경찰관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니 술병이 깨져 있는 등 룸 안이 난장판이 돼 있었다."면서 "피의자를 소환해 폭행 경위와 피해 정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했다.

▷왜 발생했나=주민들은 이번 폭행사건을 한 달 가까이 끌어오고 있는 북발협 회장 선거 과정에서 야기된 갈등의 표출로 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해 12월. 임기 1년(1회 연임 가능)의 회장 선거에 연임을 노리며 출마한 최 씨가 상대 후보인'남모(50) 씨의 출생지가 북면이 아님'을 지적하며 경선 포기 및 자격 시비를 제기하자, 남씨는"(회원 자격은 주민등록 전입일로부터 5년 이상 거주한 자로 규정하고 있어) 어릴 적부터 지역에서 살아 온 만큼 하자는 없다."면서도 출마 포기를 선언한 바람에 당일 회장 선출이 무산돼 버렸다.

그 후 한 달여 동안 수 차례 관련 문제에 대한 회의가 열렸으나 '북발협 임원회의를 통한 선출 안'과 '비상대책위를 통한 선거관리위원 선출→임시총회에서의 결정 안' 등으로 의견이 대립,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갈등만 키워왔다. 최 씨 측은 임원회의 안에, 김 씨 측은 비상대책위를 통한 방식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발협 회장이 뭐기에=폭행사건 발생 등 갈등이 확산되면서 북발협회장 자리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발협회장은 한마디로 각종 사회단체의 통합 대표라 할 수 있다. 이장·새마을지도자협의회, 부녀회, 청년회 등 지역의 크고 작은 자생 단체 대표들은 물론 만 19세 이상 주민을 모두 회원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법적 권한은 없지만 원전 주변지역인 이 지역에 지원되는 연간 40~50억 원의 원전지원금 사용처를 사실상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 마을 안길 포장 등 북발협에서 결정한 안이 부군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군심의회에서 거의 그대로 통과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실제로 지난 해 말 울진군이 사업 주도권을 장악하려다 북발협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북발협회장은 지역 행사 때도 빠짐없이 초청을 받는다. 서열은 군의원, 면장, 다음인 '넘버 3'다. '혐오시설'정도로 평가받고 있는 원전측의 예우는 말할 것도 없다.

이 단체의 생리를 잘 아는 한 임원은 회장선거의 과열현상은 '군의원 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인식도 작용한다고 귀띔했다. 지역내 만 19세 이상되는 주민 전체가 회원인데다 지원금을 통한 선심성 사업 추진이 가능해 군의원을 꿈꾸는 예비 후보자들의 표적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이 지역 군의원 선거에서 북발협회장 출신 인사가 2명이나 출마하기도 했다.

▷사업 선정 투명, 책임 물어야=군청의 한 간부는 "올 해부터 원전지원금이 상향된 데다 후속기가 들어오면 지원금이 더 늘어나는 만큼 북발협회장의 영향력은 갈수록 막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정책 입안에 주민의견 수렴도 중요하지만 군수와 군의원 등 선출직들이 표를 의식해 이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주민들도 "주민의 뜻을 빙자해 임원 몇몇이서 결정한 타당성 없는 사업 시행으로 혈세를 낭비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는 것과 이 단체와 선의의 경쟁을 할 복수의 단체를 양성하는 것도 전횡을 막는 한 방법"이라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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