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들이 있어 든든" 경북 소방항공대원들의 애환

"영양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에 출동을 했지요. 3천ℓ의 물을 모두 뿌리자 불의 기세가 한풀 꺾였어요. 한 번만 더오면 되겠구나 싶어 인근 저수지에 물을 뜨러 갔는데 주민들이 헬기를 향해 돌팔매질을 하는 겁니다. 봄 가뭄이 심해 못자리에 댈 물도 없는데 자꾸 떠간다며 막으려고 나왔더군요. 겨우 물을 떠서 현장에 갔더니 불이 다시 활활 타올랐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김성중 경북항공대 기장)

"예천 용문사에서 불이 나 급히 날아갔지요. 그런데 화재현장에서 한 공무원이 무전으로 자기가 있는 바위 위에 물을 뿌려달라고 했어요. 사람 접근이 어려운 바위 틈새 나무에 불이 붙었는데,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 모르겠더라고요. 3천ℓ의 물을 모두 쏟아부었지요. 바위에 착 달라붙어 물을 흠뻑 맞은 그 사람을 보니 코끝이 시큰하더군요." (김창한 경북항공대장)

지난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 산불로 우리는 소중한 문화유산인 낙산사와 낙산사 동종을 잃었다. 산불은 문화재나 산림자원만 집어삼키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목숨까지 노리는 화마(火魔)로 돌변하기도 한다.

때문에 정부는 효과적인 산불진화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민방위대나 공무원 등을 동원하는 인력 위주 진화에서 벗어나, 헬기와 정예인력만으로 산불을 조기진압하는 선진기법이 도입됐다.

1995년 경상북도 소방항공대도 이렇게 태어났다. 이후 경북도내에서 해마다 평균 70건씩 발생하는 산불 진화의 90%를 이들이 맡고 있다. 소방항공대 산불진화 헬기 2대와 조종사 5명은 도내 '산불지킴이'인 것이다.

"헬기 사고는 바로 사망입니다. 특히 바람이 세고 연기가 심한 날에는 시야가 가려 더욱 위험해요. 또 헬기 운행이 가능한 일몰 전에 불을 꺼야 한다는 강박감에 아슬아슬한 저공비행이 태반입니다. 식사도 헬기 안에서 김밥으로 해결하죠."

김창한 경북소방항공대장은 사람들은 불길이 치솟는 산불현장이 아닌 공중에서 물을 뿌리는 이들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산이라고 말한다. 대형 산불은 주로 강풍이 몰아칠 때 발생한다. 그만큼 헬기 조종도 힘들다. 게다가 산불 현장에 가깝게 곡예비행을 하며 물을 뿌려야 하기 때문에 위험은 배가된다는 것.

그래서 산불진화 헬기의 조종간은 아무나 잡을 수 없다. 군에서 헬기 비행시간이 2천 시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또 조종기술이 불을 빨리 완벽하게 제압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봉화나 영양 등지에서 불이 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물을 구할만한 저수지가 도내에서 가장 부족한 곳이기 때문이다.

김봉수 기장은 "화재현장과 저수지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물뿌리고 나서 다시 물을 채우고 오면 불이 더 커져 있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고 했다.

조종사들은 소나무가 울창한 높은 산도 힘들다고 했다.

"잡목은 잘 꺼지는데 소나무란 놈은 불길이 얼마나 높이 치솟는지. 게다가 매운 연기가 많이 나기 때문에 가까이 접근할 수도 없어요." 오근배 기장은 또 "겨울철에 불이 나면 물 펌프가 얼어붙거나 저수지가 얼어 물공급이 힘들지요. 한번은 저수지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헬기 바람을 이용해 얼음을 깬 적도 있어요."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불도, 연기도, 바람도 아니다. 바로 근무여건이다. 현재 경북도소방항공대 조종사는 모두 5명. 헬기 2대에 2명씩 타야 하기 때문에 한 명을 제외하고는 쉴 날이 없다. 산불이 많은 겨울과 봄철은 철야근무의 연속이다.

조정규 기장은 "3일 이상 휴가 가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한 명이 휴가를 가면 다른 사람은 거의 쉴 수가 없어요. 눈치만 보다 휴가를 거의 못 갑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 산하는 우리가 지킨다는 사명감 때문에 조종사들이 조종간을 놓지 못합니다." 불을 끄고 난 뒤 희열감도 물론 크죠." 김 대장은 최근 건조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며 시·도민들에게 산불조심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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