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내·외신 기자 회견을 갖고 ▷남북정상회담 ▷열린우리당 분당 ▷개헌 ▷대선 ▷개각 ▷한·미FTA 등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이달 말 지역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내달 초 관훈클럽토론회 참석 자리에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등 참여정부의 국정 마무리 방향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지난 9일 4년 연임제 개헌안을 제안한 노 대통령은 ▷11일 특별 기자회견 ▷17일 서울지역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간담회 ▷23일 신년 특별연설 등 1달여 만에 6차례에 걸쳐 국민에게 대국민 회견과 연설을 하는 셈인데 이전 정부에서 전례가 드문 일이다.
◆개혁은 속도=노 대통령은 23일 신년 특별에서 연설 시간 조절 실패로 미처 언급하지 못한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으로 운을 뗏다.
노 대통령은 먼저 "참여정부는 동반 성장, 균형 발전, 사회발전 투자, 인적자원 개발, 사회자본 확충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20년-30년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 시대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시대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선진국을 따라가고 배우면 됐지만 이제는 앞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개혁의 속도'를 언급, 할 일은 제 때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참여정부가 제 때 한 일로 ▷행정수도 건설 ▷국가균형발전 ▷공공기관 이전 ▷용산미군기지 이전 ▷국방 개혁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방폐장 건설 ▷항만 노무공동체계 개혁을 들었다. 또 제 때 해야 할 일로 사법개혁과 국민연금개혁을 꼽고 국회가 발목을 잡지 말고 관련법을 개정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사법개혁과 관련, "법률 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사학법으로 발목 잡는 것은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1년이란 세월은 많은 일을 의제화하고 제도화하고 집행해나갈 수 있다."면서 "헌법 개정도 그래서 (발의)한 것으로 정략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 어렵다=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은 이 시기에 잘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본다."고 못박았다. 또 "먼저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야당이 남북정상회담을 하지말라는 것은 정략"이라며 "구체적인 움직임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가 안나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필요하면 당을 떠나겠다=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이제는 신당하려는 의원들과도 협상하겠다."며 "나 때문에 불편하고 탈당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그 분들 말고 내가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가달라고 하면 나가겠다."고 탈당 가능성을 열었다. 열린우리당에 필요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원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다만 "신당이 지역당 해서 거저 먹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같이 할 수 있다."면서 "열린우리당으로도 중도통합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난 대선 과정을 회상하며 "국민들의 힘을 생생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을 무서워 한다."며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낮다고 떠나지 말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책임 묻겠다는 것은 비판하겠다는 것=노 대통령은 개헌안의 국회 통과 등을 위해 중립 내각을 구성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데 거국 내각 구성하면 뭣하느냐?"며 잘랐다. 임기 단축도 고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기를 단축하는 것은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개헌에 반대하는 대선주자 등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방안에 대해 노 대통령은 "비판하겠다는 것"이라며 "합법적 권한이 비판 밖에 없다."고 답했다.
◆차기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노 대통령은 다음 정권의 '시대 정신'을 묻자 "많은 사람들은 '경제'라고 하는데 경제 정책은 차별화가 불가능하다."면서 "복지·사회투자, 공정한 사회질서, 인권 등은 확실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차기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 실력이나 경제 이론이 아니라 열정"이라면서 "두 눈 똑바로 뜨고 또박또박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말 대선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의지,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본에 대한 인식 그리고 성실성 등이 (대선) 쟁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북한 추가 핵실험=노 대통령은 북한 추가 핵실험 여부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며 "가능성이 없다고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섣부른 판단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의 추가 핵실험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고, '없다'고 하면 뭘로 단정하느냐고 비판할 것"이라며 "대비는 하겠지만 핵실험이 있을 것을 전제로 떠벌일 일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비서실 진용 교체 없다=노 대통령은 비서실 교체와 관련, "교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미FTA 문건 유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라며 "그러나 최선을 다해 막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FTA 협상 전략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전략을 말하면 협상력이 나빠진다."며 "최선을 다하지만 무조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유연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일방적으로 손해볼 수는 없다."며 적극적 협상 각오를 밝힌 뒤 "농민이나 기업이나 어느 쪽 편을 들 수 없지만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해도 재미 못 볼 것=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 "경착륙은 없을 것"이라며 "목숨을 걸고 투기해도 재미 못 볼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 근거로 보유세 제도 정착과 국세청 세무조사 등을 들었다. 부동산 가격이 또 올라가면 더 강력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들이 무리하게 빚내서 부동산을 사지 말라."고 주문하고, "다만 실수요자의 피해를 막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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