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 음악인 배철수

"(특유의 배철수의 목소리) 안녕하십니까? 배철숩니다. 오늘도 신나고 즐겁게 시작합니다."

KBS 7080 콘서트 녹화장 에서 만난 배철수는 호탕해 보였다.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콧수염과 하얀 눈발이 내려앉은 듯 희끗희끗한 머리. 지난 세월이 힘든 시간이 아니라 즐거운 인생이었다고 대변해 주는 것만 같아 보였다. 그는 청바지와 캐주얼한 재킷 차림으로 녹화를 마치고 분장실로 내려왔다.

말 한마디를 던진 뒤 터져나오는 그만의 특유한 호탕한 웃음소리는 인생을 즐겁게 살아온 그의 삶의 모습과 신념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연다.

"7080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문화 욕구가 강열해요. 그 시대에는 다들 그랬잖아요. 뭔가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었던 분들이었으니까 더 그런 거죠. 어쨌든, 노래를 통해 마음을 달랜 세대들이잖아요. 7080콘서트프로그램이 단순하게 옛 향수만을 자극한 게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한 거죠."

이제는 7080세대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그. 배철수를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만 알고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로커였다. 세상을 향해 고함이라도 실컷 내고 싶었던 시절, 항공대학교 출신인 그는 '활주로'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했고 1978년도에 열린 제1회 해변가요제에서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로 인기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해 개최된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탈춤'으로 입상하면서 가수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 그의 노래는 선풍적인 인기를 넘어선 세상을 향한 몸짓이자, 외침이고 울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가수로서가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무슨말일까? 그의 부연설명을 기다렸다.

"가수로 음악 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음악적 한계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제 노래가 전부 NG인것 같아요. 가수로서 욕심을 부리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하지만 제 한계가 거기까지인 거죠."

어느 예술가가 개인의 작품에 만족스러울 수 있겠는가. 그런 그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제가 그렇다고 음악을 버린 것은 아니잖아요. '배철수의 음악캠프'와 '7080콘서트'를 진행하는 이유도 그곳에 음악이 있기 때문이고, 그 노래 소리와 늘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행복이죠."

그는 "인생에서 첫째가 가정이고, 그 다음이 일"이라고 했다. 일에만 파뭍혀 살기보다는 가족 안에 행복을 담고 살면 인생의 다른 모든 부분들까지도 행복할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말을 듣고 나서 그의 좌우명을 물었다.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즐겁게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무슨 좌우명이 필요하겠느냐고 묻는다. " 신년초 역시나 늘 그랬듯 올 한해도 '즐겁게 살자'로 정했습니다. 나이에 맞는 즐거움을 찾아가면서 살아야겠죠."

이런 그의 신념은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통한다. 사교육 열풍 때문에 이래저래 고통받는 요즘 아이들. 하지만 배철수는 아이들에게 '인생을 즐기라'고만 이야기한단다.

"대학 졸업하고 사회생활하고, 결혼해서 안정된 나이인 40-50대부터 인생을 즐기라는 것은 모순이죠. 현재를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심을 접고 시간과 마음을 세상에 툭하니 던져놓은 음악인, 배철수. 그를 만나 유쾌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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