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이 하얀가운으로 뒤덮혔다. 지난 6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MBC주말극 '하얀거탑'을 필두로 17일에는 SBS '외과의사 봉달희'가 시작되면서 의학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는 것.
이 여파를 몰아 케이블 채널 OCN은 21일부터 2003년 방송됐던 일본판 '하얀거탑'을 방송하기 시작했고, CNTV는 24일부터 미국의 대표적인 의학드라마 'ER'의 9번째 시리즈를 선보였다. 또 조만간 '주몽', '종합병원'의 작가였던 최완규 씨가 '종합병원 2'를 집필, 촬영에 돌입할 예정에 있다.
일단 이 중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하얀거탑'. 워낙 탄탄한 원작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다 기존의 로맨스 일색이었던 의학드라마와는 달리 '전문직 남성드라마'를 표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수차례 영화와 TV드라마,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된 바 있는 검증된 작품이기도 하다. 1966년 영화화 한 것을 시작으로 아사히 TV가 두번(1967, 1990), 후지테레비가 두번(1978, 2003) 드라마로 제작했으며, 일본문화방송 라디오(1965)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거기에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한 몫 했다. 김명민(장준혁 역)과 차인표(노민국 역)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벌써부터 '굴욕시리즈'를 생산해 내고 있는 이정길(외과과장 이주완 역)의 연륜이 배어나는 연기, 착한 옆집아저씨 전문 배우에서 치밀한 권력가의 모습으로 변신한 김창환 등이 드라마의 질을 한층 높이고 있다.
사실 하얀거탑은 배경을 병원에 두고 있을 뿐 '정치드라마'에 더 가깝다. 예전 '여인천하'에서 볼 수 있었던 권력 암투와 속고 속이는 두뇌 경쟁이 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을 뿐이다.
현재까지 전개된 드라마의 내용은 야마자끼 도요꼬 원작과 별반 다르지 않다. 허락도 없이 잡지사와 인터뷰했다고 꾸지람을 들은 장준혁이 즉시 고개를 숙이자 이주완이 "자네가 그처럼 사과를 하면 내 할 말이 없지 않나."라고 비아냥거리는 대사까지도 똑같이 닮아있다. 이대로라면 원작에서 자이젠 고오로(장준혁 역)가 갖은 술수 끝에 외과과장 자리를 차고 앉지만 권력에 집착하면서 자신이 맡은 환자를 소홀히 해 결국 의료소송을 벌이는 '법정드라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 다른 의학드라마 '외과의사 봉달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캔디형 트렌디 드라마'다. 애초 드라마 기획의도에서도 밝힌 바 있든 '한 여의사의 성장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어리숙하고 볼품없는 고아 소녀 봉달희(이요원 역)를 놓고 천재적인 외과 전문의 안중근(이범수 역)과 이건욱(김민준 역)이 삼각관계를 벌인다는 줄거리다.
이 드라마는 현재 '표절 의혹'에 시달리는 등 잡음도 만만찮다. 미국 제 64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그레이 아나토미'와 인물설정과 몇 개의 장면은 물론 초년병 의사들이 겪는 사건들과 삶, 죽음, 좌절, 갈등을 배경으로 한 의사의 성장을 그렸다는 모티브까지 닮아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새해벽두부터 밀어닥치기 시작한 의학드라마 붐. 이는 전문직 캐릭터가 등장하는데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희노애락이 펼쳐지는 곳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적의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전히 의사와 환자라는 관계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적 고뇌와 갈등을 그린 드라마는 아직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등장하기 어려운 것일까? 예전보다 진일보한 '의학드라마'라고 하지만 그 속에는 권력암투와 감성 멜로 만이 녹아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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