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린 파킹' 운동…주차난 허문다

대구 담장허물기 12년…골목길 주택들도 동참 나섰다

26일 오전 대구 북구 산격3동 1240-30번지. 높은 담장이 줄지어 늘어선 주택가 속에서 정원이 훤히 보이는 담 없는 주택이 눈에 띄었다. 3년 전, 집주인 박선희(52·여) 씨가 현관을 허물고 담장을 없애 15평 크기의 주차장을 만들고 정원을 가꾼 것. 주차장은 세들어 사는 2가구와 함께 쓰고 있는데 그래도 공간이 남아 이웃집에서 '얻어(?)' 쓰고 있을 정도다. 그는 "여름에는 정원에 감나무, 석류나무, 앵두·자두나무가 우거지는데다 담장이 없어 시원한 바람도 불어온다."며 "골머리를 앓았던 골목길 주차문제를 없앴고, 동사무소에서 불우이웃 김장돕기를 할 때도 이곳을 활용하고 있다."고 웃었다.

대구에서 담장허물기 사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12년째, 이번에는 대구 북구청이 '골목길 담장허물기(그린파킹)'에 나섰다. 이 사업은 20, 30가구가 죽 늘어선 주택가 골목길에 이웃들이 모두 담장을 허물고 내집 주차장을 갖는 것으로 주차난이 심각한 서울에서는 이미 자리잡고 있다.

2년 전 담장을 허물었던 여용태(71) 씨는 "골목길 주차문제는 내 집만 담장을 허문다고 풀리지 않는다."면서 골목 전체의 벽을 허문다면 이웃 간 정도 싹트고 주차문제도 해결되는데다 나무도 가꿀 수 있어 1석3조"라고 말했다.

북구청은 골목길 이웃들이 의견을 모으면 그린파킹을 5년간 유지하는 조건으로 가구당 최대 550만 원을 지원한다. 다만 재개발·재건축 예정지, 주거환경개선지구로 고시된 지역은 제외된다.

대구시도 '골목길 담장허물기'사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8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 조경사업도 지원한다는 것. 지난 1996년 시작된 담장허물기가 타 시·도, 중국 등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지만 정작 대구에서는 4년 전부터 실적이 줄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천정원 대구시 자치협력과 담당자는 "개별 주택별로 '담장허물기' 신청을 받았으나 사생활보호나 치안문제, 멀쩡한 담을 없애는 데 대한 세금낭비 지적 등으로 최근 부진했다."면서 "골목길 전체가 담장을 허물면 CC TV를 설치해 치안을 확보하고 녹지공간 마련도 지원해 주거환경을 크게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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