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인가 싶더니 어느덧 봄 같은 날씨가 이어진다. 두터운 코트 속에 짧은 옷을 입은 여인들의 모습이 쉬 눈에 띄더니 산골짝에는 진달래 꽃눈이 제법 부풀어 올랐다. 매년 이맘때면 의류 유통업계는 'S·S(Spring·Summer) 패션 트렌드'를 예견하며 한 해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한 계절을 앞서가는 곳이 패션, 의류업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만큼 다가올 시즌의 트렌드를 잘 읽어야만 충분한 물량 및 고객확보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년간의 패션경향을 바탕으로 패션은 10년 주기로 반복된다고 말하고 있다. 1950년대 뉴룩, 60년대 모더니즘, 70년대 디스코, 80년대 그런지 글램룩, 90년대 무채색풍이 주를 이루는 등 10년 주기로 과거의 스타일이 교차, 반복돼 오고 있다. 2000년대 패션의 키워드는 '복고'. 그 중에서도 개성 강한 60년대풍과 80년대풍이 패션의 주류를 이루면서 해마다 교차되고 있다. 짝수년엔 80년대, 홀수년엔 60년대풍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향이라는 것.
대구·동아백화점이 예상하는 '2007년 S·S시즌 패션 트렌드'는 다양한 스타일의 공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미니'에 로맨틱이 더해져 60년대 인기를 끌었던 광택소재와 80년대풍의 정장 스타일이 혼용된 다양한 스타일이 선보이고 있다.
◆올 패션 키워드
첫 번째는 반짝반짝, 메탈릭 룩. 멋쟁이가 되려면 의상이든 액세서리든 반짝거리는 아이템을 한두 개쯤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파리·밀라노에서 열린 '2007 S·S 시즌 컬렉션'에서 나타난 뚜렷한 경향 중 하나가 차가운 광택의 금속 이미지로 대표되는 퓨처리즘(futurism:미래주의). 의상에 포인트를 주는 가방·구두·액세서리 등은 물론 옷에서도 에나멜·새틴·금속성 소재 등을 사용한 반짝거리는 아이템이 무대를 누볐다. 심지어 비닐·플라스틱·유리 등 상상하기 힘든 소재가 옷의 재료로 등장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후드점퍼, 지퍼여밈의 재킷, 짤막한 보머(bomber) 재킷, 하이힐 스니커즈 등 경쾌한 스포티즘의 부활. 뉴욕·런던 컬렉션에서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80년대 스타일을 스포티한 감각으로 풀어냈고, 밀라노에서도 퓨처리즘과 스포티즘이 접목된 의상들이 선보였고 국내 기성복 브랜드도 이 영향을 받고 있다.
세 번째는 미니와 쇼츠. 다양한 스타일의 미니 원피스가 주요 컬렉션에서 대거 등장하고 스포티즘 영향으로 아주 짧은 쇼트 팬츠도 무대를 장식했다. 스커트 길이에 맞춰 트렌치 코트의 길이도 짧아졌고 재킷 역시 허리 위로 올라오는 짧은 스타일이 계속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복
무릎 위 20cm 이상으로 짧아진 초미니 스커트와 길이가 더 짧아진 핫팬츠가 등장했다. 길이가 더 짧아진 만큼 무릎 위로 올라오는 긴 부츠에 색깔있는 스타킹 등으로 연출하는 '레기룩(leggy look)'이 강조될 듯. 다양한 스타일의 미니 원피스도 등장할 것으로 보이며, 스커트 길이에 맞춰 코트류의 길이도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킷 역시 허리 위로 올라오는 스타일이 유행할 듯하다. 정장은 80년대 인기였던 테일러링 스타일이 주목받으면서 남성복처럼 어깨라인이 강조되고 바짓단이 좁아졌다. 이미 재킷 길이가 짧고 하의도 복사뼈 위로 짧아진 데다 날씬한 형태가 많이 나왔다. 실루엣을 강조해 몸매를 드러내는 게 특징.
또 어깨·허리·소매 등을 둥글게 디자인하거나 레이스·퍼프 등을 사용,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로맨틱 미니멀리즘'이 더해진다.
아울러 60년대 유행했던 '미래주의'에 부합, 금속 느낌의 색상과 소재로 만들어진 의류나 가방·액세서리들이 많이 나왔다. 지난해 많이 쓰였던 골드색 대신 실버가 인기몰이를 할 전망. 액세서리는 물론 실버 색상의 트렌치코트, 재킷도 많이 나왔다.
동아백화점 여성의류코너 박용진 과장은 "봄·여름 시즌은 더 짧고, 여성스러우며 미래지향적인 스타일과 경쾌·스포티한 스타일의 옷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본다. 특히 미니 스커트뿐만 아니라 재킷·티셔츠 등도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남성복
몸에 딱 붙는 실루엣의 정장이 대세. 검은·곤색과 흰색이 주류를 이루면서 실버 등 유행 색상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준 제품이 늘어날 듯. 여성복과 마찬가지로 미래주의 영향을 받아 반짝이는 느낌의 셔츠가 다량 출시됐다. 광택을 살리기 위해 폴리에스테르·나일론을 많이 사용했고 캐릭터정장은 큰 로고나 장식을 재킷 앞부분에 달거나 앞여밈과 주머니에 지퍼를 다는 등으로 스포티함을 더했다.
대백프라자점 남성팀 송현석 대리는 "20, 30대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들이 신규 런칭하면서 브랜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두
여성화는 빨간색이 인기를 끌 전망인 가운데 블랙 화이트 색상의 의류 증가로 같은 계열색이 기본적으로 출시됐다. 포인트 색으로 사용됐던 레드·골드가 주요색으로 자리 잡았다. 봄에 선보이던 파스텔톤의 구두 대신 빨강이나 파랑, 핫핑크색이 등장했다. 아울러 펄이 들어간 금색에서부터 검정·흰색과 함께 디자인된 금색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나와 있다. 에나멜·금속 가공을 한 반짝이 소재가 많이 쓰였고 1cm 미만의 낮은 굽이 특징인 '플랫 슈즈'가 올봄 최고 인기 아이템으로 부각될 예정. 복고풍의 영향으로 통굽 모양의 '웨지 힐', 밑바닥이 두꺼운 '플랫폼' 슈즈 등도 나와 있다.
남성화는 전체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에 길이가 길어지면서 날씬한 느낌을 주는 제품이 늘어난 가운데 밋밋해 보이지 않게 옆선을 강조하거나 앞코에 포인트를 줬다. 예년에 비해 색상도 밝아졌다. 검정을 기본으로 흰색·파스텔색이 더해진 흰색 스니커즈가 늘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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