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왕의 인물산책] 김양수 키네스 사장

웰빙. 현대인이 건강에 남다른 관심을 나타내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흐름이다. 이 가운데 운동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도시에 피트니스클럽(fitness club), 헬스클럽(health club)이 넘치고, 주말이면 등산하는 사람, 마라톤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 산과 강변이 비좁을 정도다.

그런데 '무리한' 운동은 건강에 나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김양수(金陽洙·49) (주)키네스 사장. '약이 되는 운동, 병이 되는 운동'과 '키다리 따라잡기'란 저서로 일약 유명해진 그 사람이다.

"전국의 피트니스클럽, 헬스클럽을 맞춤운동센터로 바꾸고 싶습니다. 동네마다 맞춤운동센터를 하나씩 만들어 국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상주고를 졸업한 김 사장은 군인이 되려 했다. 그래서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시골에서 육사에 갔다고 하면 출세를 보장받았다고 돼지를 잡아 동네 잔치를 벌이던 시절이었다. 3년간 육사 생도 생활을 열심히 했다.

그러나 그에겐 '좌절'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도 3학년 마지막 수업에 교수가 들어오지 않아 기숙사로 돌아갔다가 무단 이탈, 수업 거부 죄목으로 퇴교 조치를 당했다. "1980년은 새역사 창조를 기치로 내건 신군부의 서슬이 퍼럴 때였습니다. 일단 죄목이 붙으니 무섭더라고요. 해명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일종의 해프닝 수준이었으나 당시 이 사건은 바깥에서는 '육사 항명 사건'으로 소문났다.

한동안 방황했던 그는 교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시 대학 입학 시험을 준비했다. 진학한 곳은 계명대 체육학과인데 교수가 되는데 체육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연세대대학원에서 운동생리학을 공부하고, 고려대대학원에서 스포츠의학을 공부한 김성수 교수에게 배워 박사 학위를 땄다.

길은 '교수'가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한 '운동 처방'에서 찾았다. 연세대 스포츠과학연구소에서 황수관 박사를 도와 '운동처방'을 했고, 서울 송도병원에서 운동처방과장으로 일했다. 두 곳에서 10여년간 운동 처방한 케이스는 '맞춤운동시스템'을 개발하는 바탕이 됐다. '맞춤운동'이란 용어를 그가 창조한 셈이다.

"죽어라고 운동하니 정말 죽습디다. 마라톤을 하다 죽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죽어라고 뛰었기 때문이지요. 그 사람에게 마라톤은 맞지 않았다고 봐야지요."

김 박사는 수만 건의 운동 처방 케이스로 각 사람에게 맞는 운동을 체계화 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특허를 5개 땃다. 운동 기구도 육사 시절 전자공학을 공부한 지식을 활용해 직접 설계해 만들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데 다리가 약한 사람의 경우 줄을 매달아 몸무게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게한 뒤 걷거나 뛰게하는 기구가 대표적인 그의 고안품이다.

"20세기까지 운동은 하나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운동"이라고 규정하는 김 박사는 스포츠와 레저에 대해 비판한다. "스포츠와 레저는 1등을 목표로 하거나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스포츠와 레저의 특성은 '노동'이죠. 스포츠는 무조건 좋고, 땀흘리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운동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면 재미가 없고, 1등이 목표가 아니라도 '가치'가 생깁니다."

김 박사는 헬스클럽과 병원 의사에 대해서도 매섭게 비판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인데 그만큼 맞춤운동에 대한 확신이 강하기 때문인 듯했다. "초경을 한 여자 어린이가 맞춤운동을 하면 3년여간 5~6cm 클 것이 12~13cm 크고, 성인은 몸이 저절로 싱싱해져 온갖 성인병이 치료된다."는 말에서 확신이 읽힌다.

"헬스클럽은 운동기구 임대업에 다름 아닙니다. 운동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지요. 병원도 환자에게 '적당히 운동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적당히'란 결국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죠."

수도권에 10개소, 부산 대구 대전 본점 등을 갖춘 키네스는 가장 먼저 개인에게 맞는 운동과 운동량을 찾아내고, 허리나 다리 등 특정 부위가 약하면 이를 강화시키는 운동부터 먼저 하게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맞춤운동을 시작하고 난 뒤 5분 적게하거나 5분 많이 운동한 것을 스스로 느끼는 정도가 되면 더 이상 도움이 필요 없습니다. 6개월 정도하고 나면 그 수준이 되고, 1년간 이를 유지하면 습관이 되겠지요. 그러면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런 김 박사지만 정작 자신은 "숨쉬기 운동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업 확장과 유명세 때문이다. TV에 자주 출연하고 있고, 기자가 인터뷰하고 있는 그 시간에도 바깥에서 주간지 기자가 취재차 방문해 기다리고 있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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