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방공단도 매캐하고 칙칙한 분위기에서 탈피할 때가 올 것 같다. 소위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는 오피스형 복합건물 건설의 선도업체인 이앤씨(E&C)건설(주)의 박찬성(53) 대표가 대구 성서공단을 시작으로 지방공단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아파트형 공장 하나로 업계를 평정하고 있는 건설 전문가다. 지난 95년부터 시작된 서울 구로공단의 디지털단지화 사업의 중심에도 박 사장이 있다. 박 사장은 "당시 1,2층 제조공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구로공단에 아파트형 공장을 짓겠다고 하자 모두들 말렸습니다. 괜히 돈만 버리고 안된다는 거지요. 하지만 초기에 지은 아파트형 공장이 성공을 거두면서 강남 테헤란로에 있던 벤처업체들도 모두 구로디지털단지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아파트형 공장 사업에 뛰어든 것도 지난 95년. 당시 투자자와 함께 에이스종합건설이라는 전문 건설업체를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경영진 내부에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2003년 별도로 지금의 이앤씨건설을 차렸다고 한다.
이앤씨건설 창립과 동시에 사업은 성공에 성공을 거듭했다. 1차로 구로에 지은 아파트형 공장이 초기 저조한 분양률을 보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자신이 대주주로 시작한 업체에서 최초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어 '드림타워'라는 이름으로 5개의 복합건물을 지어 분양한 것이 모조리 성공을 거두면서 이앤씨건설은 업계 최고 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이앤씨본사가 있는)영등포 드림타워는 나중에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습니다. 업계에서도 이앤씨가 성공을 거듭하자 벤치마킹에 열을 올렸습니다. 설계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마감재는 물론, 첨단인프라 구축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한 것이 성공 비결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서울에서의 성공을 이제 대구로 이어가려고 한다. 대구 성서공단에 대규모 복합건물을 지어 대구 업체들을 상대로 분양할 예정이다. 건물의 이름도 Innovation(혁신)과 business(기업)의 합성어로 '이앤씨 이노비즈타워'라고 명명했다. 29일 착공식을 갖고 분양에 착수해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다.
그는 "대구도 공단의 분위기 개조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제조는 현지공장에서 하더라도 회사의 중심부서는 이노비즈타워로 입주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 브랜드 가치나 정보공유 등 잇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라고 자신했다.
그런데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하기가 그리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영주가 고향인 박 사장이 처음 대구 사업을 계획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고향에 제대로 된 건물을 지어 고향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 대구로 내려갔을 때는 '고향사람'이라는 환대 대신 외지업체라며 견제가 만만찮았다. "처음에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줬습니다. 사업 애로를 일일이 챙겨주는 서비스 행정면에서 대구 공직사회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점이 흠이다. 서울시의 경우 중소기업이 아파트형 공장을 매입할 경우 업체당 최고 8억 원까지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현재 예산부족으로 이 부분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그는 "대구시도 시금고인 대구은행에서 2차보전 방식으로 돈을 빌려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했으면 합니다."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출향 인사로 이미 성공한 기업인 반열에 들어선 박 사장은 요즘 고향 영주에 대한 사랑이 예사롭지 않다. 고향에 대한 기증과 협찬도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작년에는 영주시가 투자자를 찾고 있는 풍기온천의 우선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재경영주향우회, 재경대구경북도민회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업계에서 지방공단에 진출하는 것은 성서공단이 처음입니다. 공단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물에 대구의 상위 1% 기업들이 들어와 대구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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