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후배로부터 자그마한 작업실을 마련했으니 한번 다녀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그럴싸한 작업실 하나 마련하는 것이 꿈인지라 누가 작업실을 만들었다면 꼭 축하를 해 주곤 한다.
평소 취향이 탁월하기로 소문난 후배라 선물로 뭘 준비할까 고민을 하다가 작은 화분을 하나 준비했는데 다행히 반가워하며 화분을 볕 좋은 곳에 두었다. 화초가 잘 자라는 동안 좋은 음악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후배는 간단한 다과상을 준비하면서 음악틀기를 빼놓지 않았다. 평소에도 경제적으로 여유만 생기면 음반 사 모으는 것이 낙이었으니 새로운 음반을 자랑하는 것도 일상이었는데, 이 날따라 LP를 꺼내 들고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LP 가격이 CD보다 더 비싸다면서 턴테이블에 올린 LP에서는 1940년대에 유행하던 재즈가 흘러나왔고
그 소리는 참 오랜만에 맛보는 평온함이었다. LP를 들으면서 또는 LP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서 들으면서 느꼈던 순수한 열정이 떠 오르는 듯 했다.
사실 요즘 LP를 듣기 위해서는 음반이나 턴테이블 부품을 구하는 것도 힘들다고 한다. 요즘 나오는 오디오는 거의 턴테이블을 운영할 수 있는 단자를 가지고 있지 않고 턴테이블이 있거나 새로 구입을 한다고 해도 부품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LP를 듣기 위해서는 다분히 노력이 필요하다. CD도 마찬가지겠지만 LP는 음반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곱게 닦아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잘 올리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그런 후 제자리에 앉아 자켓을 보면서 음악을 듣노라면 그야말로 음악을 감상하는 맛이 난다.
LP를 듣는 경우보다 더 수고스럽게 음악을 듣는 경우가 공연장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LP를 듣는 것보다 모든 부분에서 수고스러울 수 밖에 없는 공연장 찾기에는 음악에 대한 정보와 지식, 연주자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사전에 습득하기를 요구한다.
그래야 음악을 감상하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어느 매체를 통해 감상을 하는 것보다 높다. 디지털시대에 그런 불편한 일을 한다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네오엔틱이라는 추억이 주는 매력은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음악듣기의 수고로움이 습관화된다면 어느새 문화예술 애호가가 되어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후배의 작업실, 어렵게 구했다며 턴테이블 옆에 있었던 음반 청소도구를 보면서 음악을 듣기 위한 작은 수고로움을 생각하게 된다.
백진우(대구예술대 교수·애플재즈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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